로도스. 에게해의 작은 섬으로 이제는 없어졌지만 고대에는 거대한 아폴로상이 세워져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유명했다. 그런데 개구리 두 마리가 논쟁을 했다.
한 마리가 자기는 높이뛰기로 2m를 뛰어오를 수 있다고 하자 다른 한 마리가 불가능하다며 한번 뛰어 보라고 했다. 그러자 뛸 수 있다던 개구리가 "여기는 아니고 로도스에 가면 뛸 수 있다"고 꼬리를 내렸다. 이에 다른 개구리가 "여기가 바로 로도스다. 여기서 한번 뛰어 보아라"고 말했다고 한다.
■ 문제점 안고 시작된 이명박특검
이후 허구의 나라에서나 가능한 장밋빛 이야기를 할 때 우리가 발을 딛고 선 현실에 기초해 현실적으로 사고하고 현실에서 주장을 검증해 보라는 이야기를 할 때 쓰는 말이 바로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 보아라"이다.
이명박 대통령당선인이 각종 의혹과 검증을 어렵게 통과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아직 검증은 끝나지 않았다. 아니 진짜 검증은 시작일 뿐이다.
그러나 그의 로도스는 최근 사실상 합헌판결이 난 BBK특검이 아니다. 오히려 그가 공약해온 경제 살리기, 아니 민생 해결이다. 양극화에 따른 민생이 문제지 총량 경제로는 현재도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BBK의 경우 이 당선인이 BBK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고 있는 동영상 공개 등 많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그를 선택했다. 따라서 특검은 정치와 민심을 사법적 논리로 대신하는 잘못된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스캔들에 대한 공화당의 탄핵시도 등과 관련해 미국에서도 폭로, 수사, 기소로 이어지는 소위 '또 다른 수단의 정치'에 대한 반성이 제기된 바 있다.
이는 정치와 민주주의의 핵심인 민의를 언론 등의 폭로와 검찰의 수사라는 '또 다른 수단의 정치'가 대신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선 전에 이미 특검법이 통과되어 특검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특검법의 명분도 살리고 민의의 정치를 또 다른 수단의 정치가 대신하는 폐해도 막기 위해서는 법안 수정을 통해 이 당선인이 김경준과 함께 주가조작과 개인적인 착복에 적극적으로 직접 개입하는 범죄행위를 했는가를 규명하는 것으로 조사범위를 제한했어야 했다. 그러나 특검이 이미 활동에 들어간 만큼 너무 늦었다.
우려되는 것은 특검 자체가 아니라 특검을 통해 이 당선인의 진정한 로도스인 경제 살리기와 민생해결이 '물타기' 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 당선인과 한나라당에게 특검에 발목이 잡혀 경제를 제대로 살리지 못 했다는 변명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특히 일부 언론이 이와 같은 논리로 특검을 주도한 여권 등을 공격하여 이들에게 책임을 떼어 넘기고 이에 국민들이 동조하는 것이 우려된다.
이 점에서 범여권이 총선과 정치적 주도권을 위해 BBK특검을 정치적 공세로 이용하려고 한다면 이는 잘못된 자살행위이다. 개인적으로 이 당선인이 공약해왔듯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시장 중심의 신자유주의를 더욱 심화시키고 기업을 위한 규제 완화로 나갈 경우 양극화가 완화되기는커녕 더욱 심화되고 다수 서민의 민생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 민생해결 부진의 핑계 안 되게
그러나 만일 이 당선인이 민생을 해결할 수 있다면 손뼉을 쳐 환영할 일이고 그 같은 해결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줘야 한다.
(물론 국가가 실험용 모르모토가 아닌 바에야 이 당선인이 우리 사회를 분명히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에는 제동을 걸어야 하지만 말이다.) 그래야만 "로도스면 잘 뛸 수 있는데 로도스가 아니라 뛰지 못했다"는 변명을 하지 못 할 것이다. 우리 모두 이 당선인에게 박수를 치며 말해 주어야 한다.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 보아라."
그리고 이 당선인의 로도스는 BBK가 아니라 민생 해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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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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