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공천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이 공천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노골적 신경전은 새 정권 출범에 국민이 걸고 있는 기대와는 딴판인 데다, 정권 순항의 기본 전제인 당내 화합과도 거리가 멀다.
현실적 이해를 다투는 이런 갈등은 세력과 기세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쪽이 양보하지 않는 한,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또 국가 최고 정치지도자에게 무엇보다 조정과 화합의 능력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이명박 당선인이 첫 정치 과제를 푸는 데 마땅히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
현재 한나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천 갈등은 어떤 명분을 갖다 붙여도 '밥그릇 다툼' 성격이 두드러진다. 한편으로 과거 야당 정치의 기둥을 이룬 '계보 정치'가 공천 문제를 축으로 존재가치를 확인했던 사실에 비추어 보면 이번 갈등은 한나라당이 본격적 계보정치 시대로 접어드는 신호탄일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제대로 된 계보정치를 경험하지 못했다. '3당 합당'이나 대선후보 경선 등을 계기로 몇 차례 진영이 형성되는 듯했지만, 이내 대표나 대통령 중심으로 되돌아갔다.
이와 달리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는 경선에서 팽팽한 세 대결을 펼쳤고, 지지기반도 상당히 다른 때문인지 지금까지도 경선 당시의 대결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가까운 장래에 이런 구도에 극적인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하기도 어렵다.
당내 정치지형이 이처럼 크게 바뀌었는데도, 그에 어울리는 정치 관행이 정착하지 않은 것이 공천 갈등의 직접적 원인이다. 공천을 계기로 비주류 진영이 소멸하거나 사실상 영향력을 잃을 수 있다는 박 전 대표 진영의 불안감이나, 대통령 당선인 쪽이 공천을 계기로 주도권을 잡아야겠다는 주류 진영의 주장은 모두 과거의 경험에 의존해 있다.
따라서 양쪽 모두 변화한 현실을 인정하는 것을 갈등 해소의 출발점으로 삼을 만하다.
국민 지지의 확대재생산이라는 공통의 목표가 분명하다면,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가 직접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로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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