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와 관련한 우스개 하나. 장학퀴즈에 경남 학생 한 명이 출연했다. “일본에서 건너온 구황작물 중 하나로…” 문제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그 학생은 “고매”(고구마의 경남 사투리)라 외쳤다. 사회자가 안타까운 나머지 “세 글자”라고 일러주자, 그 학생은 확신에 찬 듯 다시 더 크게 외쳤다. “물고매!”
욕지도는 고구마로 유명한 섬이다. 바다물고기를 제외하고는 섬의 가장 큰 소득원이 고구마다. 욕지도의 고구마는 ‘물고매’가 아닌 ‘돌고매’. 밤고구마처럼 달면서 돌처럼 단단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욕지의 고구마는 예전부터 유명했다. 전남 벌교에까지 배 타고 나가 쌀 등으로 물물교환을 해왔던 섬의 대표작물이다. 섬의 토질과 기후상 고구마 말고는 농사 짓기도 힘들다.
전에는 마산 무학소주의 주정으로 많이 소비됐다. 욕지영동고속호 대표인 욕지도 토박이 정규상(60)씨는 “기계가 들어가기 힘든 비탈진 밭에서 고구마를 캐다가 일일이 썰고 말려 소주공장에 팔아넘겼는데 그 과정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고됐다”고 회상했다.
이후 일본 등에서 새로운 종자를 들여와 지금의 삶아먹거나 생으로 먹기 좋은 고구마를 생산하게 됐고, 그 맛이 뛰어나 전국에서 가장 비싼 값에 팔리는 명품 고구마 대접을 받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금은 산자락에 노는 밭이 없을 정도로 고구마 농사를 많이 짓는다.
귤은 제주에만 있는게 아니다. 욕지도에서도 재배된다. 1950년 씨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우장춘 박사가 욕지도를 방문, 감귤 재배가 가능하게 됐다고 한다.
1967년께 욕지도 부속 섬인 납도에서 시험재배가 이뤄졌고 1970년대에는 본섬에서 본격적인 재배가 시작됐다. 한때 재배농가 500여 가구에 재배면적 120여 ha에 이를 정도로 인기높은 소득작목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제주도에서 감귤재배농이 급팽창하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제주에 비해 단맛이 적었고, 대량 재배가 아니다 보니 가격을 더 이상 낮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사는 돌고 도는 법. 가격과 맛보다는 친환경, 토종이 뜨는 시대를 맞아 욕지감귤은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욕지감귤은 강우량이 적고 일조량이 많아 제주산과는 달리 새콤한 맛이 강하다. 고구마를 닮아서인지 제주의 것보다 단단하다. 농약을 거의 쓰지 않아 껍질은 윤기도 없고 투박하지만 풍부한 과즙을 가진 과육은 새콤달콤한 맛의 조화를 이룬다.
욕지도=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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