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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기자의 패션파일] 월드부틱홍콩 국내컬렉션의 이정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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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기자의 패션파일] 월드부틱홍콩 국내컬렉션의 이정표로

입력
2008.01.21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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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월드부틱홍콩이 한창 진행중이던 15일 홍콩전시컨벤션센터. 행사장인 제5홀 한쪽에 마련된 무대에서 한국 디자이너들의 패션쇼가 진행됐다.

앙스모드, 르봉봉, 재희림패션 등 7개 브랜드가 올 가을겨울 시장에 내놓을 최신 유행상품을 속속 선보이는 동안 객석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온 바이어들이 날카로운 눈매로 무대를 주시했다.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지만 여전히 세계 패션의 변방인 한국의 패션 수준에 대한 호기심이 느껴졌다.

쇼 직후 참가 브랜드들의 부스는 금세 외국인 바이어들로 북적거렸다. 이탈리아 로마지역에 4개의 대중적인 편집매장을 운영하는 의류업체 프렌즈&Co의 알레시오 루소 대표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없었지만 쇼를 보고 상당히 우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다만 생각보다 가격대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앙스모드에 3가지 스타일의 샘플을 이탈리아 사이즈로 다시 제작해 보내줄 것을 요청하고 자리를 떴다.

월드부틱홍콩은 홍콩무역발전국(TDC)이 주최하며 아시아권 최대의 OEM(주문자 상표부착 방식) 소싱처로 명성을 얻고 있는 국제 패션박람회 홍콩패션위크의 자매 격인 행사. 중고가 디자이너브랜드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번 행사에는 홍콩내 139개 브랜드와 해외 12개국 116개 브랜드등 모두 13개국 255개 업체가 참가했다. 행사기간(14~17일)중 방문 바이어는 홍콩 내에서 1만3,893명, 일본 미국 대만 호주 한국 영국 등 해외에서 5,378명이었다. 홍콩패션위크에 비하면 전시참가업체 수는 1/7 수준이지만 방문 바이어는 3/4에 육박한다. 참신한 디자이너 및 브랜드 상품을 발굴하려는 세계 패션유통시장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구구절절 참가 국가와 업체 수, 바이어 수를 읊는 이유는 세계 5대 컬렉션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서울컬렉션이 제품수주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들이 고스란히 이 수치 속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서울컬렉션은 몇 시즌 전부터 컬렉션 본연의 제품수주 기능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컬렉션장 중앙에 전시 및 바이어 상담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전시가 힘을 얻기 위해서는 행사 주체들 간에 ‘전시의 존재 이유는 비즈니스’라는 목표 아래 몇가지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필수다. 우선 바이어의 문제다. 세계 바잉 시즌이 다 끝난 뒤 열리는 서울컬렉션에 어떤 바이어가 오겠느냐는 냉소주의는 가장 먼저 버려져야 할 유산이다.

월드부틱홍콩에서 만난 한 중동 바이어는 “아시아의 독특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브랜드를 발굴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패션의 본질이 새로움에 대한 욕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컬렉션의 전시가 독특한 자기 색깔을 갖추고 ‘어떤 시장에 소구할 것인가’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한다면 바이어 유치가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구체적인 유치 노력도 중요하다. 물론 서울컬렉션도 해외 유력 바이어들에게 항공편과 숙식을 제공하지만 TDC의 노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TDC는 전체 행사예산의 50%를 홍보 및 마케팅 비용으로 책정한다. 세계적인 지명도를 얻고 있는 행사임에도 매 시즌 빠지지 않고 한국 등 참가국을 돌며 설명회를 개최한다. 한번 참가한 바이어와 프레스는 네트워킹으로 연결, 관계의 끈을 놓지 않는 것도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국제적인 감각을 익히려는 디자이너들의 노력이 중요하다. 이번 행사에 르봉봉이라는 브랜드로 참가한 디자이너 박두경씨는 “월드부틱홍콩에 참가하면서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고 안달하기보다 3~4년 꾸준히 참가하면서 해외 바이어들과의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또 바이어들을 통해 디자이너가 추구하는 패션과 실제 팔리는 옷 사이에는 꽤 큰 간극이 있음을 알게 된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월드부틱홍콩에 비하면 서울컬렉션의 전시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그러나 ‘새로운 것, 참신한 브랜드’에 대한 세계 패션계의 수요가 끊이지 않는 한 우리에게도 기회는 있다.

홍콩=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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