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물로 보지 마!”
과거 여성그룹 핑클을 내세운 건강음료 ‘2%’의 CF는 파격적이었다. ‘톡 쏘는 맛’ 없는, 물에 가까운 건강 음료라는 개념도 새로웠지만, 젊고 아름다운 여성 스타를 앞세워 미용 효과를 강조한 것은 물 음료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이제 물 음료 CF는 화장품 광고 못잖은 여성 톱스타들의 격전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지현, 보아, 김태희, 김아중, 이효리, 성유리 등 인기와 외모를 갖춘 뛰어난 여성 톱스타들이 모두 물 음료 CF에 출연한다.
이같은 현상은 여성들에게 몸이 항시 관리해야 할 대상이 됐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몸이 운동이나 다이어트를 할 때 뿐만이 아니라 생활에서 늘 관리해야 할 대상이 되면서 마시는 물부터 차별화가 이뤄진 것이다. 좋은 물 음료를 마시는 것이 몸매 관리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17茶’는 런칭 당시 가슴에서 허리로 내려오는 전지현의 S라인을 강조한 CF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또 ‘광동 옥수수 수염차’는 보아의 얼굴을 통해 ‘V라인 미녀’를 강조했고, ‘까만콩차’는 탄력 있는 피부미인을 만드는 음료라는 제품의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김아중을 캐스팅했다.
여성과 물 음료가 불가분의 관계가 되면서 물이 곧 여성의 패션 아이템이 되는 현상도 벌어졌다. 할리우드에서는 패리스 힐튼이 ‘블링 H₂O’ 생수를 들고 다니면서 유행이 됐고, ‘에비앙’ 생수는 제니퍼 로페즈와 머라이어 캐리 등 스타들이 애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돈 안 들이고 광고 효과를 보고 있다.
할리우드의 트렌드 세터 중 한 명인 제니퍼 애니스톤은 아예 ‘글라소 스마트 워터’ 생수에 직접 투자한 뒤 한동안 이 생수병을 들고 다니면서 파파라치에게 사진을 찍혀 큰 홍보 효과를 보기도 했다.
이 음료들이 몸매 관리에 어느 정도 효과를 미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타가 홍보하는 물 음료를 마시는 것 자체가 자기 관리에 신경 쓰는 여성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이 선글라스나 목걸이처럼 자신의 이미지를 특화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말 물을 물로 볼 게 아니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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