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투자자들이 최근 매물 폭탄세례를 여의도 증권가에서 퍼부어 국내 증시를 휘청거리게 만들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16, 18일 이틀간 1조원어치를 팔아치워 버렸다. 올들어 13거래일동안 외국인이 순매도한 국내 주식은 무려 5조5,282억원 어치나 된다. 사상 최대라는 지난해 1년간 순매도 규모(24조6,850억원)의 4분의 1 가량을 열흘 남짓 만에 매도 공세를 펼친 것이다.
한국은 다른 신흥국가들과 비교할 때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비중이 높아 이들의 매도공세시 급격히 흔들리는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외국인 주식비중은 37.3%(2006년 기준)로 헝가리(77.7%), 멕시코(45.1%)에 이어 15개 신흥국 중 3번째로 높았다. 2000년대 이후 신흥국에서의 평균 외국인 주식비중이 25% 전후로 유지되는 동안, 한국의 외국인 비중은 36.6%(2001년)에서 42.0%(2004년) 사이를 오갔다.
지난해와 올해 엄청난 매도공세로 외국인 비중은 31.88%(18일 현재)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다른 신흥국 평균보다는 5% 이상 높다.
외국인들이 한국물을 쏟아내는 것은 신흥국간 투자비중 조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주식의 가격이 오를 만큼 올라, 차익 실현과 투자 재분배 차원에서 주식을 처분한다는 지적이다. 증권가에선 한국 증시가 그만큼 성숙했다는 의미라며, 크게 신경쓸 일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외국인들의 매도공세의 이유가 사뭇 심각해졌다. 미국에서 촉발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 대출) 부실 사태가 세계 경제 침체로 확산될 조짐에 불안감을 느낀 외국인들이 주식에서 돈을 빼 금, 엔화 같은 안전자산으로 갈아타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선엽 연구원은 "지난해 8월 이후 외국인 매도의 성격은 3단계로 구분된다. 1차가 서브프라임 사태 초기 자산재배분 차원이었다면, 2차(지난해 11월 전후)는 금융권 부실 확산에 따른 대응이었다"며 "최근에는 3차로 위기가 실물분야에까지 전이될 지 모른다는 공포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미국의 시티은행, 메릴린치 등 대형 투자은행(IB)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자산을 상각하기위한 실탄 확보차원에서 신흥국가 중 현금화가 가장 쉬운 한국물을 처분하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외국인들이 언제까지 팔 것인가에 대해 쏠려 있다. 하지만 누구도 속시원히 시기를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선 외국투자자들이 자산재배분 차원에서 국내 증시 보유비중이 30%로 떨어지면 팔기를 멈출 것으로 예상해왔다.
하지만 최근 외국인들의 '과도한 오버슈팅(매도 공세)'을 감안할 때, 최악의 경우 20%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결국 국내 증시 안정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진정되고, 미국 경제가 얼마나 빨리 회복궤도에 재진입하느냐에 달려 있다. 올들어 매도폭탄 세례를 유난히 퍼붓고 있는 영국(1조7,759억원)ㆍ미국(1조728억원)계 자금의 경우 미국 경제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지난 주 큰 악재가 웬만큼 소화돼 이번 주부터는 매도 강도가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신흥시장 평균 비중이나 미국 경기를 감안할 때 적어도 올 하반기는 돼야 매도세가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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