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 묻어둔 돈 2,400만원이 썩었다(전남 담양군 서모씨), 벽장에 감춘 지폐 1억6,000만원이 습기로 부패했다(부산 중구 김모씨), 깜빡 잊고 100만원을 세탁기로 돌려 짓이겨지고 색이 변했다(강원 강릉시 김모 할머니), 방앗간에 불이나 고추 값 700만원이 재로 변했다(충남 광천읍 노모씨). 웬걸 모두 새 돈으로 환골탈태했다.
생때같은 돈(지폐)이 썩고 젖고, 불에 탔으니 가슴이 철렁 무너질 일이다. 보관을 제대로 못한 잘못이니 하소연할 때도 없는 노릇. 하지만 잘만 하면 훼손된 돈을 전액 새 돈으로 바꿀 수 있으니 절망은 잠시 접자.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불에 타서 일부 또는 전부가 탔거나 화학약품, 부패 등 다른 이유로 심하게 오염, 손상된 지폐인 ‘소손권’(燒損券) 교환 건수가 지난해 7,493건, 금액은 10억4,900만원이었다. 전년(2006년)보다 각각 3.8%, 15.5% 증가한 수치다.
이유는 화재 등 불에 의한 훼손이 5억500만원(2,563건)으로 절반 가까이(금액기준 48.2%) 됐고, 습기 등에 의한 부패(3억7,200만원), 장판 밑 눌림(8,100만원), 세탁에 의한 탈색(2,900만원), 칼질 등에 의한 찢김(2,000만원) 등의 순이었다. 지폐 종류는 1만원권이 95.5%로 압도적이엇다.
지폐가 불에 탔을 때 꼭 주의할 점. 지폐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재는 훼손되지 않은 것으로 인정하니 절대 재를 털지 말고 ‘재 채로’ 고이 모시고 가야 한다. 한은은 지폐의 훼손되지 않은 면적이 전체 면적의 4분의 3 이상이면 전액, 5분의 2 이상이면 액면가의 절반을 새 돈으로 바꿔준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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