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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코리안 드림'의 가혹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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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코리안 드림'의 가혹한 현실

입력
2008.01.17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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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년 새해가 밝은지 며칠 지나지 않아 청천벽력 같은 일이 터졌다. 지난해 10명이 숨진 여수 출입국관리소 화재 참사가 채 잊혀지기도 전에 또 다시 수십 명이 구조의 손길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시커먼 연기 속에 한줌의 재로 스러졌다. 몇몇 사람들의 잘못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하고 참담하다.

이런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수습에만 급급할 뿐, 근본적 예방을 위한 수칙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국사회가 안전 불감증에 면역이 된 탓인지 지금도 산업현장 곳곳에는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 그 피해자에는 외국 근로자들이 빠짐없이 들어있다.

■ 열악한 외국인 근로자 처우

그 때마다 한국이 과연 선진국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외국인 백만 명’시대를 언론이 대서특필한 게 불과 얼마 전이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30일 현재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104만 6,181명이다. 이중 합법체류자가 82만 3,288명, 불법체류자가 22만2,893명이다.

이처럼 많은 외국인이 부모와 자식을 고향에 남겨둔 채 한국에서 코리안 드림을 쫓고 있다. 그러나 막상 현실은 이들에게 너무나 가혹하다.

그나마 합법 체류자는 열악한 산업현장에서 일하더라도 언제 추방될까 노심초사 하지 않아도 된다. 방문 취업이 가능해지면서 이들에 대한 처우도 많이 개선됐다. 노동부에서 취업 알선을 해주고 있으며, 임금 체불 때는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 산재보험에도 가입,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20여 만 명에 이르는 불법 체류자는 늘 불안에 떨며 숨 죽이고 살아야 한다. 일을 하다 사고를 당해도 보상은커녕 월급이나 제대로 받으면 다행이다. 고용인이 사고를 신고하지 않으면 가족들이 알 길도 없다. 몇 년째 연락이 끊겨 생사조차 알 수 없는 가족을 찾는 안타까운 사연을 주변에서 자주 듣는다.

불법체류 단속반을 피하려다 사망하는 사건마저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안전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가 얼마나 되는지, 법무부는 통계조차 갖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외국인이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 된지 이미 오래다.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외국인을 보는 관행은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 온 외국인에는 호의적이면서, 중국 인도 네팔 필리핀 등 개발도상국에서 온 외국인은 낮춰보는 시각이 여전히 많다. 바로 이들이 한국 근로자들이 기피하는 이른바 3D 업체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살피는 마음이 아쉽다.

■ 편견 없는 동등한 배려 절실

한국인은 정이 많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살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한국인의 매력이다. 부모에게 자식은 잘났든, 못났든 다 똑같은 자식이다. 말로만 글로벌시대라고 외칠 게 아니라 부모가 자식을 대하듯 모든 외국인을 동등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따뜻한 마음으로 포용할 때, 이들도 한국을 더욱 사랑하게 될 것이다.

관련 부처에서도 외국인 출입국을 숫자로만 파악하지 말고, 불법체류자를 포함한 모든 외국인을 동등하게 배려하고 처우해야 한다. 험한 일을 대신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작업환경과 생활 여건을 한국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국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 돋음 할 수 있을 것이다.

차이쩐위 (한국외대 통역협회 중국어 통역사)

<저작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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