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복 국정원장이 언론에 보도돼 물의를 빚은 자신과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간 대화록을 유출한 사람은 자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정보기관 최고책임자가 사실상 기밀문건을 직접 유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와 한나라당 등 정치권은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행위”라며 엄중한 문책을 촉구했다.
김 원장은 15일 서울 내곡동 국정원 청사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지난 9일 오후 국정원 관계관을 통해 모 언론사 간부에게 면담록이 포함된, 국정원장의 선거 하루 전 방북 배경 및 경과 자료를 비보도를 전제로 전달했는데 결과적으로 본인 불찰로 언론에 보도됐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면담록은 지난해 12월18일 나의 방북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소위 `북풍공작' 의혹이 강하게 제기됨에 따라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의를 야기한데 대해 국가 최고정보기관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의를 표명함과 동시에 국민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설명자료에서 "원장과 평소 친분이 있는 모 언론사 간부 및 국정원 퇴직직원 등 14명에게 의혹해소를 위한 설명과 함께 인수위 보고자료(면담록)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문건에 비밀등급을 부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원장 방북 사실이 언론에 공개됐고 방북 결과도 대북협상이 아닌 단순한 환담에 불과한 일상적인 것이어서 국가기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대선 전날인 지난해 12월18일 김 원장이 방북, 김양건 부장과 만나 대화한 내용을 담은 인수위 보고 문건이 10일 언론에 공개됨에 따라 자체 감찰조사를 해왔다.
이에 대해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국정원장 개인의 사의표명만으로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검찰에 수사를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하지 않거나 하는 입장을 개진할 단계는 아니지만 실정법상 문제가 있다면 검찰이 당연히 인지수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해 검찰수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 원장의 문서 유출 행위가 국정원법이나 국정원직원법 등 관련법을 위반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은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단계”라며 “조만간 수사착수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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