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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부 통폐합 추진에 우려 목소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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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부 통폐합 추진에 우려 목소리 확산

입력
2008.01.17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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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살리기라는 구호만 있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외국에서 부러워하는 체제조차 내버리고 있다."

정부조직개편으로 폐지위기에 몰린 과학기술부에 대한 구명의 목소리가 나라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과기부는 정부부처 가운데 유일하게 국가 백년대계를 디자인하는 '기초부처' '미래부처'인데, 없어질 경우 당장은 문제없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성장동력을 잃는 부메랑이 된다는 것이 '과기부 생존론'의 골자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측은 이런 주장을 "얄팍한 부처생존논리"로 몰아붙이고 있지만, 그러게 볼 문제는 아니라는게 과학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15일 인수위 등에 따르면 현 과기부는 해체되면서 기초과학연구는 교육부로, 산업기술은 산자부로 각각 이관될 것이 유력시 되고 있다.

이와 관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국 국가혁신체제 진단보고서' 초안에서 "(교육인적자원부와) 부처 통합에 신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문부과학부를 만든 일본을 실패사례로 꼽았는데, 두 부처가 통합되면 '과학'은 사회적 관심사인 '교육'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영국도 통합은 했지만 대학교육만 혁신대학기술부에 포함하고, 초중등교육은 가족학교부로 따로 두었다.

OECD는 오히려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한국의 과학부총리 체제가 가장 선진적"이라고 진단했는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오히려 이런 평가와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평가다.

이런 통합에는 대학들조차 시너지 효과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서울대 오세정 자연대학장은 "대학만 보면 연구와 교육이 같이 가서 좋은 점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교육부는 규제 위주이고 이공계쪽 전문성이 크게 떨어져 걱정하는 교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사실상 교육부 기능이 집중지원이 아닌 평준화, 엄정한 입시관리 중심의 초중등교육에 치우쳐 있어 카이스트(KAIST)나 부산과학영재학교 같은 것은 나오지 못했으리라는 의견이다. 실제로 교육부의 31조 예산 중 BK21 등 고등교육 예산은 3조4,293억원(3.3%)에 불과하다.

과기부 통폐합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과학 따로 산업 따로'라는 시각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란 평가도 많다.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은 "집적회로(IC)는 기초연구분야에서 나온 창의력과 상상력의 산물이며 갈수록 융합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이 나온다"며 "매사추세츠공대(MIT), IBM 연구소, 미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NASA JPL)가 있기에 과학과 기술, 경제가 발전한다"고 말했다.

최근 43억원의 사상 최대 기술료를 받은 서울대 현택환 교수의 나노입자 연구도 기초연구와 산업화가 별개가 아님을 보여준다.

과학기술계에서는 "표 싸움에서 밀렸다" "힘에서 과학계가 밀렸다"는 이야기가 오간다.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 관계자는 "후보 시절 정부연구비를 GDP 5%로 늘린다던 공약과는 상당히 달라 실망스럽다. 도대체 교육개혁 논의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도 "외환위기 때도 결국 연구소들만 힘없는 인원감축과 정년단축을 했다. 이러고도 이공계 기피를 얘기할 자격이 있는 것인가"라며 "정부 개편에 따라 또 한번 이리저리 휩쓸릴 게 뻔하다"고 자조 섞인 푸념을 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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