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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사유·동성애 배격하지 마라" 퇴짜맞은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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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사유·동성애 배격하지 마라" 퇴짜맞은 교황

입력
2008.01.1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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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로마의 한 대학을 방문하려다 학생과 교수의 집단 반발에 부딪쳐 결국 일정을 취소하는 수모를 겪었다. 가톨릭 전통이 아직 견고하게 남아 있고 바티칸이 있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교황은 로마의 최대, 최고(最古) 대학인 라 사피엔차 대학 창립 705주년 기념식에 맞춰 17일 이 대학을 방문, 연설을 할 예정이었으나 15일 밤 취소했다.

과학적 사유과 동성애를 배격하고 창조론과 보수적 교리를 지지하는 교황의 방문을 철회하라는 학생과 교수들의 요구가 봇물을 이뤘기 때문이다.

이날 낮에는 50여명의 학생들이 총장 사무실에 난입해 점거하고 교황 초청을 철회하라며 항의시위를 벌였고 60명이 넘는 교수들까지 “교황의 방문을 연기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내용의 서한에 서명했다.

논란의 근원은 베네딕토 16세가 1990년 추기경일 당시 파르마에서 행한 연설 내용이었다.

물리학자 등 교수들은 일간 <라 레푸블리카> 에 기고한 서한에서 당시 요세프 라칭거 추기경이 1633년 진행된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이단 재판이 “이성적이고 공정했다”고 말했던 철학자 폴 파이어아벤트의 발언을 인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발언은 우리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일간 <라 스탐파> 는 이 교수들의 선언을 지지하는 여러 해외 과학자들의 명단까지 실었다.

바티칸 일간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는 “교황의 당시 발언은 포스트 모던 시대의 회의주의와 상대주의적 사고에 대항해 갈릴레오의 합리주의를 두둔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학생들의 반발은 수그러지지 않았다.

이들은 갈릴레이의 삶에 관한 영화를 상영하고 진화와 동성애 관련 토론을 준비했으며, 교황이 연설하는 당일에는 교정에 대형 확성기로 록 음악을 틀 계획까지 세워 놓았다.

결국 교황은 일정을 취소했으나 우파 야당의원들은 격한 분노를 표명했다. 한 의원은 ‘지혜’를 뜻하는 라 사피엔차 대학의 이름을 무지를 뜻하는 ‘라 이그노란차’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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