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당선인의 특사 자격으로 16일부터 3박 4일간 중국을 방문한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당내 공천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는 미묘한 시점에 자리를 비우는 셈이다.
국가적 문제와 당내 문제는 구별하는 게 '박근혜 스타일'이다. 중국에선 공천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측근 유정복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오로지 특사로서의 역할에만 충실 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파르게 상승하던 갈등 곡선도 잠시 멈춰 설 전망이다.
하지만 비행기 트랩에 오르는 박 전 대표의 심중은 더할 나위 없이 복잡해 보인다.
거듭된 공정 공천 주문에도 이 당선인측은 "당이 알아서 할 것"이라는 원칙적 대응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 측근은 "무엇보다 자신이 공들여 쌓아올린 정치발전의 성과가 허물어질 수 있다는 점을 박 전 대표가 무척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답답함과 우려가 중국 행에 나선 박 전 대표의 마음 한 켠을 메우고 있다고 봐야 한다.
박 전 대표는 공천 갈등을 풀기 위한 다음 수순을 언제 어떻게 밟아야 할 것인가라는 숙제도 안고 떠난다. 한 핵심 측근은 "박 전 대표가 14일'지켜보겠다'고 했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문제를 질질 끌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측은 이미 당 지도부에 "20일쯤에는 공천심사위를 구성할 것"을 요구해놓은 상태다. 20일은 박 전 대표가 귀국한 다음날이다. 귀국 후에도 이 당선인측이 자신들의 공천 로드맵을 수정하겠다는 사인을 내보이지 않거나, 의미 있는 답을 내놓지 않는다면 박 전 대표로선 행동 개시에 나설 수 밖에 없다.
"무시로 일관하는 이 당선인측과는 같이 하지 못한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한 측근은 말했다. 이 측근은 "박 전 대표가 귀국 후엔 대중을 상대로 이번 당내 갈등이 '밥 그릇 싸움'이 아닌 '구태 회귀 저지'임을 적극 설득시켜 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특기인 대중성을 이 국면에서 십분 활용할 것이란 얘기다. 박 전 대표는 일단 귀국 직후 지지자들과 함께 태안 기름 유출 현장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일정을 잡아두고 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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