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 폐지로 위상 격하 됐지만 실리 얻어
새 정부에서 경제 부처의 핵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된 기획재정부다. 덩치가 커진 것은 물론이고 ‘돈 줄’(세입과 세출)까지 틀어쥠으로써 다른 부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비록 경제 부총리 제도의 폐지로 외형적 위상은 한 단계 격하됐지만, 컨트롤타워 기능은 더욱 강화됐다는 평가다. 막강한 기능이 집중된 공룡 부처가 다시 탄생하는데 따른 부작용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 지가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의 신설은 “경제 정책의 기획ㆍ조정 기능이 각 부처에 분산돼 있는데다, 수석 부처인 재정경제부에 예산권이 없어 그마저도 정책 조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실제 그 동안 재경부는 부총리 부처였음에도 조정 역할이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부동산 대책 등 주요 현안 사항에 대해 다른 부처와의 마찰이 적지 않았다. 결국 다른 부처들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예산권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신설되는 기획재정부는 명분(부총리)은 버렸지만 실리(예산권)를 얻은 점이 특징이다. 세입(세제)과 세출(예산), 국고 등 나라 살림에 관한 전권을 갖기 때문이다. 또 재경부, 기획처, 국무조정실 등에 분산돼 있던 정책 조정 기능까지 통합된다.
지금보다 훨씬 강력하고 신속한 정책 집행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다. 정부부처 한 관계자는 “효율적인 재정 운용이 가능할 수 있고, 부처간 이견 조정도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비록 부총리 부처에서 장관 부처로 전락했지만 이전보다 더 실권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장 큰 우려는 ‘공룡 부처’로서의 전횡이다.
1994년말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의 통합으로 탄생한 재정경제원의 폐해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기 때문이다. 98년 김대중 정부가 취임 초기 재경원을 해체한 것도 외환 위기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가 경제정책에서 전권을 움켜 쥔 재경원을 견제할 세력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한신대 행정학과 이창원 교수는 “기획 파트와 경제정책 집행 파트가 한 부처에 집중되면 집행력과 추진력은 높아지겠지만 잘못된 판단을 하거나 위기가 닥쳤을 때 상호 견제가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인수위는 이 같은 우려를 일축한다.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은 “과거 재경원은 경제 정책의 양대 축인 재정 수단과 금융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었지만, 기획재정부는 금융 기능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획재정부가 예산, 세제 등 재정정책 수단을 통해 독주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국무총리실이나 대통령비서실을 통해 적절히 견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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