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동안 전국의 산하를 두발로 걸어 ‘생명평화 탁발순례’를 해온 도법 스님.
세상 사람들이 생명과 평화의 마음을 되찾길 기원하며 2004년 3월 남원 실상사를 출발한 스님은 그 동안 2만8,000리를 걸었고, 7만2,000여명의 사람들을 만났다.
도법 스님의 생명평화 순례기가 <사람의 길> (들녘)이란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산하, 마을, 도시, 사람들에서 보고 느낀 것, 그를 찾아온 사람들과 나눈 대화의 기록이다. 사람의>
스님은 걷고 또 걸었다. 그는 길을 걸으면서 문명이 생명을 앗아가고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길을 장악한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옛말대로 기계가 길을 장악해 사람을 위한 길은 사라졌고, 낙동강 하구둑이 어린 물고기들이 바다로 나아가지 못하게 해 생명을 위협하고 있음을 보았다.
초겨울 가난한 농촌마을 교회의 십자가 앞에서 큰절을 하면서, 주민들이 떠나가 교회가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는 목사의 말에서 슬픔을 느꼈다. 농촌에서는 길을 걸으며 생각을 거듭할 수도 있고 일손을 도와줄 수도 있었지만 도시에 들어서면 스스로 긴장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종종걸음치는 도시인들에게서 그들이 욕심으로 불안과 공포에 쫓기고 있음을 알았다.
그는 많은 것을 탁발했다. 밥 주면 밥 먹고, 돈 주면 돈 받았고, 욕도 한 사발씩 얻어먹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스승이었고, 도처에 부처였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생명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우리는 신세를 지고 삽니다. 나보다 자연, 사회, 부모가 먼저 있었습니다. 온통 신세를 지고 삽니다. 나를 존재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상들 이 모두는 하느님처럼 고맙고 귀한 존재들입니다.”
그는 순례의 길에서 무엇을 깨달았을까.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성서의 말씀이 있네. ‘나의 존재의 실상을 꿰뚫어보는 순간 즉시 해탈의 삶을 누리게 된다’는 반야심경의 가르침이 있네. 문제의 핵심은 분명해졌네. 새로운 문명으로서의 생명평화의 삶은 존재의 실상에 대한 참된 앎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에 눈 떠야 하네.”
책은 스님의 순례 길을 자주 찾아와 동행한 시인 김택근씨가 썼다. 겨울동안 실상사에서 쉬고 있는 도법 스님은 3월에 다시 길을 나서 올해 경기, 인천, 서울을 순례할 계획이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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