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판 태안사태’라 할 수 있는 1999년 유조선 에리카호의 기름유출 사건과 관련, 프랑스 법원이 세계 4대 석유회사인 토탈의 책임을 인정했다.
파리형사법원은 16일 선고공판에서 토탈이 ‘부주의’해 프랑스 사상 최악의 해양오염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예방하지 못했다면서 유죄를 선고했다. 이날 판결에서 에리카호의 선주와 에리카호에 선급(외항을 할 수 있는 자격증)을 발행한 이탈리아 선급 회사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99년 12월 에리카호는 3만1,000톤의 중유를 실은 채 브르타뉴 해안을 지나다 폭풍우를 만나 두 쪽으로 갈라지며 약 2만톤의 원유를 유출했다.
토탈은 이 사고가 폭풍우에 따른 재해였다면서 자사의 책임을 부인해 왔으나, 이번 판결로 37만5,000유로(약 5억2,2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함은 물론 프랑스 정부에 2억유로(약 2,780억원)의 손해배상도 하게 됐다. 이번 판결로 토탈은 지방 정부와 환경 단체, 굴 양식업자와 염전사업주 등으로부터 총 10억유로(약 1조3,00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원고 측은 토탈이 사전에 배의 상태 등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고, 사건 발생 후 즉각 대처를 하지 않았다며 토탈의 책임을 추궁했다. 그러나 토탈은 당시 서류에 따르면 에리카호의 상태는 좋았으며 사고 원인은 이례적으로 거세게 몰아친 폭풍우였다고 반박했다.
사고 당시 방제작업을 맡은 프랑스 해군은 12월 14일부터 선박을 동원해 떠있는 원유를 걷어내는 작업을 시도했으나 악천후로 15일 동안 총 오염물질의 3%에도 못 미치는 1,100톤의 기름띠만을 거두는데 그쳤다. 유출된 기름띠는 사고 2주 만인 25일 루아르강 입구에 도달해 이 지역에 밀집해 있던 주요 어장과 굴, 홍합 양식장들이 문을 닫았으며 모두 5만 마리의 조류가 폐사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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