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들의 복무기간 단축에 따른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올해 처음 도입된 유급지원병 제도가 첫 선발부터 일부 병과에서 미달이 생기는 등 인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020년까지 4만명의 유급지원병을 확보해 전투력을 강화한다는 국방개혁 정책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15일 병무청에 따르면 1월 입대할 유급지원병(첨단장비 운용 전문병) 선발을 최근 마감한 결과 98명 모집에 104명이 면접에 참가, 겨우 정원을 채우는데 그쳤다. 최초 지원자는 233명이었지만 이 가운데 1차 합격자 228명을 대상으로 면접 일정을 통보하는 과정에서 65명이 지원을 취소한데 이어 59명이 면접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특히 모집 대상인 차량운전, 기계, 정비, 전자ㆍ통신, 정보ㆍ전산 등 6개 분야 중 차량운전은 정원 31명에 10명이, 기계는 14명에 8명이 면접에 응시해 정원 미달 사태를 빚었다.
이대로라면 당초 취지대로 다연장로켓(MLRS), K-9 자주포 등 첨단장비를 운용할 우수 인력을 선별 채용하는 것은 고사하고 정원 채우기에 바빠질 형편이다. 병무청 당국자는 “유급지원병제를 정확히 모른 채 1월 입영이 가능한 것만 생각하고 지원했다가 뒤늦게 복무 기간이 길다는 것을 알고 포기한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병무청과 별도로 육군이 뽑는 또 다른 유형의 유급지원병(숙련병) 지원율도 그리 높지 않다. 육군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전역을 6개월 앞둔 병사를 대상으로 최대 18개월까지 연장 복무할 유급지원병 지원을 받았다.
한 달여 접수가 진행된 1월 초 기준 지원자는 60여명. 이 추세로 상시 접수하면 올해 목표 인원 420명에 모자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가장 대표적인 육군 모집병인 기술행정병의 경쟁률이 4대 1을 넘는 것과 비교하면 열기가 뜨겁다고는 할 수 없다. 육군 당국자도 “지원자를 늘리기 위해 부대별 접수에다 최근 인터넷 접수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이 같이 지원율이 낮은 것은 유급지원병의 ‘유급’ 혜택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말 펴낸 ‘2008년도 예산안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의무복무 후 유급지원병이 받는 보수는 18개월 연장 복무하는 숙련병의 경우 3년 동안 1,682만원, 첨단장비 전문병의 경우 2,402만원이다. 하지만 4년 동안 단기복무 부사관(하사)으로 복무할 경우 3년 간 6,086만원을 받을 수 있어 숙련병보다 4,404만원, 전문병보다 3,684만원 더 보수가 많다.
김영일 예산분석관은 “단기복무 부사관은 의무복무기간이 4년으로 유급지원병 최장 복무기간보다 1년 더 길지만 경제적 유인은 훨씬 크다”며 “연장복무 사유가 경제적 동기인 사람은 유급지원병보다 단기복무 부사관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따라서 “유급지원병 인원 확보가 원활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며 향후 경기가 좋아져 청년 취업난이 해소될 경우 지금과 같은 복무 조건으로는 유급지원병 확보가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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