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주식시장이 또 하나의 심리적 저항선을 잃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코스피)는 장중 1,724.01까지 하락, 최근 바닥을 찍었던 지난해 11월23일의 장중 ‘전저점’(前低點) 1,745.26을 맥없이 내줬다. 가뜩이나 악재가 겹쳐있는 최근 증시의 흐름에서 하나 둘 둑이 무너지고 있어 조만간 거대한 댐마저 무너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 줄줄이 무너지는 저항선들
통상 주가의 흐름을 중시하는 분석가나 투자자에게 최근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주요 증시의 움직임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투자심리를 좌우하는 각종 저항선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다우존스와 S&P지수는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전저점이 무너져 최근 계속해서 저점을 낮춰가는 중이고 나스닥 역시 전저점에 가까워진 상태다.
이날 상징적인 14,000선이 무너진 일본(닛케이 13,972.13)은 상태가 더욱 심각하다.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잃어버린 10년을 지나 2005년말 주가가 14,000을 돌파하면서 본격적인 상승세를 탔다”며 “14,000이 무너졌다는 것은 일본이 경제 회생의 초기 단계까지 되돌아 갔다는 의미로 아시아 증시중 최악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코스피는 지난주 1차 저항선이었던 200일 이동평균선(15일 현재 1,802.39)이 깨진데 이어, 15일 전저점마저 무너져 이제 새로운 전저점은 지난해 8월17일 장중 기록한 1,626.87로 낮아진 상태다. 종가 기준으로도 지난해 8월22일(1,759.50) 이후, 근 5개월 만에 최저치다.
■ 어디까지 떨어지나
전문가들은 다음 지지선을 설정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일단 1,700선을 제시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일각에서는 새로운 전저점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영곤 한화증권 연구원은 “뉴욕증시에 대한 불확실성이 클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는 상황이라 아직 의미있는 지지선 산정이 어렵다”며 “1,700선까지의 하락은 염두에 둬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진경 대신증권 연구원도 “반등 무산에 따른 실망, 미국 금융기관의 실적발표 및 소매판매 우려, 외국인 매도 확대 등 수급 악화 등을 고려할 때, 1,700선 전후에서 단기 저점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심리적 지지선이자 추세선인 200일 이동평균선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다음 지지선은 작년 8월 저점인 1,630선에서 설정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투자증권 이 연구원은 “15일 주가가 장 후반 반등, 영업일 기준으로 증시의 1년 평균을 의미하는 240일 이동평균선(1,740)은 지켰다는 점은 일단 희망적”이라면서도 “당분간 의미있는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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