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복 국정원장은 ‘비밀을 유출한 첫 현직 국정원장’이라는 불명예 외에 형사적 책임까지 떠안게 될까. 현재로서는 검찰 수사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워낙 전례가 없는 사안이라 검찰도 법 적용 등에서 상당한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김 원장은 일단 국가정보원법이나 국정원직원법의 적용은 받지 않는다. 국정원법에는 비밀 유출과 관련된 규정이 아예 없다. 국정원직원법에는 ‘모든 직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한 후에도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지만 국정원장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1~9급에 해당하는 직원들에게만 적용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 원장에게는 형법에 규정된 ‘공무상 비밀누설’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형법 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원장이 유출한 내용을 비밀로 볼 수 있느냐는 부분도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 문제의 문건에는 ‘비밀’이나 ‘기밀’ 표시가 전혀 돼 있지 않다. 내용 역시 남북관계의 발전을 기원하는 덕담 수준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남한 정보기관 총수와 북한 핵심 관계자의 대화 내용이라는 점에서 비밀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좀 더 우세하다. 국정원 입장에서도 김 원장을 감싸고 돌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국정원은 그 동안 직원들의 법정 출석마저 막을 정도로 비밀 유출 가능성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유독 이 사안에 대해서만 관대한 태도를 보일 입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검찰은 일단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관계 파악, 법리 검토 등을 해봐야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할 때 손을 놓고 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설사 검찰이 먼저 수사에 착수하지 않는다 해도 정치권이나 시민단체에서 김 원장을 고발할 가능성이 높아 김 원장의 퇴진만으로 사태가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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