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쌩쌩 불었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노동계 사이에 훈풍 조짐이 일고 있다. 연일 친기업적 행보를 보여 노동계의 반발을 샀던 이 당선인은 다음 주 초 한국노총을 찾아 간담회를 열기로 했고, 민주노총과도 조만간 만날 예정이다.
이 당선인의 노동계 시각이 ‘홀대’에서 ‘화해’로 급선회하는 분위기다. 노동계에서는 이 당선인이 새 정부의 최대 과제인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필수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내주 초 양대 노총과 면담
한국노총과 이 당선인측 관계자들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한국노총 회의실에서 실무협의를 열어 다음 주 초에 이 당선인이 한국노총을 방문해 공식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당선인측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에는 서울 영등포동의 민주노총도 찾아 이 당선인과 민주노총의 면담 일정과 의제 등을 논의했다.
이 당선인 측의 한 관계자는 “이 당선인은 노동계 대표들과 만나 새 정부의 경제 살리기 정책에 노동계가 적극 협력해 줄 것을 당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이 당선인이 노동계에 손을 내민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경제 살리기의 전제 조건은 친기업도 친노동도 아닌 친노사라는 사실을 새 정부가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동계 반발 의식한 듯
이 당선인의 노골적인 친기업 행보는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산 측면이 강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과 잇달아 만나 금산분리 완화와 고용 유연성 제고 등 친기업 정책을 쏟아낸 반면, 노동계에는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 당선인과 대립각을 세웠던 민주노총은 물론 대선 때 내부에서조차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이 당선인을 공개 지지했던 한국노총에서도 새 정부에 대한 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당선인의 친기업 행보와 노동계 푸대접이 계속되자 참다못한 양 노총은 실력행사를 예고하는 등 강경 노선 방침을 천명하면서 이명박 정부를 압박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동을 배제하고 기업이 하는 대로 무조건 따라 오라고만 한다면, 엄청난 사회적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별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명박 정부가 친기업 정책을 강조하며 노조를 탄압한다면 경제 성장의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릴 정도의 대규모 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했다.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제안한 노사민정 대타협 추진에 대해서도 양 노총은 “노동계와의 사전 조율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노사민정 대타협 기구에는 절대 안 들어간다”고 못 박은 것도 또다른 불만의 표출이다.
편향 노동관 개선 가능성
이명박 정부와 노동계의 이 같은 긴장 관계는 이 당선인의 편향된 노동관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당선인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답게 “기업이 잘 돼 노사가 그 과실을 따 먹으려면 노동자의 고통분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이 당선인이 노사관계에서 강조하는 ‘법과 원칙’의 칼끝은 다분히 노조를 향해 더 날카롭게 겨눠져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시각이다. 노동계 한 전문가는 “이 당선인의 친기업 행보가 노동계의 배제로 이어져 노정 간 갈등이 고조된다면 새 정부의 경제 정책 수립과 집행에 장애가 될 수 있다”며 “노동계를 경제의 동반자로 인정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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