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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대학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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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대학연의

입력
2008.01.1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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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주말드라마 <대왕 세종> 에서 어린 시절의 세종은 <대학연의(大學衍義)> 를 공부했다는 이유로 세자인 큰형 양녕대군으로부터 "제왕의 학을 공부한다니, 너도 왕이 되겠다는 거냐"는 핀잔을 듣는다.

또 태종이 나이 어린 세종에게 '특별히' <대학연의> 를 가르치도록 한다. 드라마의 이런 장면은 <대학연의> 가 왕이나 왕이 될 사람만 접할 수 있는, 특수서적이라도 되는 듯한 오해를 부르기 십상이다.

■조선 초기의 왕들이 이 책을 아낀 것은 사실이다. 조선왕조실록은 태조가 <대학연의> 읽기를 좋아해 밤 늦게까지 자지 않았다고 적었다. 특히 태종의 심취는 유난해서 태종실록에는 <대학연의> 관련 기사가 26회나 나온다.

왕자 시절 조준(趙浚)이 "이것을 읽으면 가히 나라를 만들 것"이라며 건네주어 이뤄진 첫 인연 이후 소중히 여겨 늘 가까이 두었다. 임금이 된 뒤에는 경연(經筵)의 핵심교재로 삼았고, 서문과 표(表)를 병풍으로 만들어 두고 읽기도 했다.

즉위 첫 해인 1401년 12월에 <대학연의> 경연이 끝나자 "다 읽으니 이제서야 학문의 공을 알겠다"고 기뻐하면서도 "익히 읽어서 능히 행하기를 기다린 연후에 하라"고, 하례하려는 경연관들을 물리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송(宋)의 진덕수(眞德秀)가 쓴 <대학연의> 는 제목 그대로 여러 학설과 역사적 사례를 곁들여 <대학> 의 핵심내용을 해설한 책이다.

'명덕을 밝히고(明明德), 백성을 새롭게 하며(親民), 지선에 머문다(止於至善)'는 3강령, '사물의 이치를 살펴(格物) 앎에 이르고(致知), 정성스러운 뜻으로(誠意) 바른 마음을 갖고(正心), 몸가짐을 닦아(修身) 집안을 가지런하게 하고(齊家), 나라를 평온히 해(治國), 천하를 태평스럽게 한다(平天下)'는 8조목을 집중 해설했다. 이론서인 <대학> 의 이해를 돕는 자습서이자, 사례 모음집인 셈이다.

■1차 자료인 <대학> 이 그렇듯 선비라면 누구나 읽고 새길 책이었고, 중종은 <대학연의> 를 간행하면서 모든 선비들이 두루 읽기를 권했다. 그런데 <대학> 이 전통적으로 <소학> 을 뗀 15세 이상을 주된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나이 어린 세종이 <대학연의> 를 금세 줄줄 꿰었다는 설정은 지나치다.

'고려 복원 비밀결사체'에 의한 납치사건 등도 어색하다. 모든 TV드라마는 기본적으로 허구다. 그러나 이를 수시로 잊고, 사극을 통해 역사를 배우는 시청자가 많다는 현실은 상상력을 제한해 마땅하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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