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장보단(絶長補短)이란 서로의 장점으로 서로의 부족함을 보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절장보단 호흡이 필요한 게 바로 복식이다. 배드민턴 남자 복식 기대주 정재성(26)-이용대(20·이상 삼성전기)조는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는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겨냥하고 있다. 개최국 중국이 금메달 5개 싹쓸이를 노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남자 복식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우연에서 필연으로
168㎝ 단신인 정재성은 높은 점프력과 강력한 스매싱을 바탕으로 한 셔틀콕을 구사한다. 반면 이용대는 180㎝ 장신에다 파워보다는 정교함과 유연함을 앞세우는 스타일이다. 이처럼 정-이조는 판이하게 다른 유형에다 나이차도 6년이나 된다. 복식은 주로 강한 파트너십이 필요해 동년배로 구성되는 게 보통. 하지만 둘은 호남 태생이라는 공통분모와 이용대의 삼성전기행이 조기 확정되면서 인연으로 맺어졌다.
우연으로 이어진 정-이조는 2006년부터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엇박자가 날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정-이조는 뜻밖에 첫 출전한 독일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점프가 좋은 정재성이 강한 스매싱으로 이용대의 약한 공격력을 커버했고, 이용대는 큰 신장을 활용해 절묘한 네트플레이로 정재성의 단점을 메웠다. 이 같은 서로의 약점을 보듬는 최상의 조합으로 태국오픈마저 석권하자 둘의 만남은 우연에서 필연으로 점철됐다.
중국 텃세를 넘어라
하지만 정-이조의 고공질주는 오래가지 않았다. 경험부족이 드러나며 2006코리아오픈과 세계선수권대회 조기 탈락에 이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도 동메달에 그쳤다.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정-이조는 지난해부터 다시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1년 전 아픔을 안겨준 코리아오픈 정상에 오른 데 이어 말레이시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화려하게 재기했다.
현재 배드민턴 남자복식은 말레이시아, 인도, 중국, 덴마크 등 8개팀이 서로 우승트로피를 나눠가지는 ‘춘추전국시대’다. 세계랭킹 6위인 정-이조도 기량면에서 세계톱랭커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정-이조가 금빛 스매싱을 날리기 위해선 중국의 텃세를 넘어야 한다. 배드민턴 강호 중국은 홈어드밴티지와 유리한 심판 배정 등으로 금메달 독식을 자신하고 있다. 김문수 삼성전기 코치는 “라인심이 모두 중국인으로 배정되기 때문에 중국에 유리한 판정이 많이 내려질 것”이라며 경계했다. 정-이조는 이미 중국의 노골적인 텃세를 경험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오픈에서 심판들의 편파판정으로 정-이조는 사상 처음으로 경기를 포기했다.
‘금빛명성’ 잇는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남자복식에 강했다. 배드민턴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92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박주봉-김문수 콤비가 금맥을 캐낸 데 이어 지난 2004아테네올림픽에서는 하태권-김동문조가 정상에 오르며 세계를 호령했다.
정-이조는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선배들의 ‘금빛명성’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세계 최고의 콤비가 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 우선 올림픽 첫 출전에서 오는 긴장감과 주위의 기대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내야 한다. 김 코치는 “올림픽 같은 큰 무대에서는 실력 뿐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도 크게 작용한다. 정신력으로 중압감을 극복하고 자신의 기량을 믿고 자신감 있게 경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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