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장성희의 막전막후] 작은 연극, 큰 상상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장성희의 막전막후] 작은 연극, 큰 상상력

입력
2008.01.15 06:02
0 0

서울 아시테지 겨울축제

‘서울 아시테지 겨울축제’가 절정을 넘어섰다. 동그랗게 눈 뜨고 연극에 몰두한 아이들, 벙그레 입이 벌어진 어른들로 극장이 북적인다. 대학로에서 정동으로 축제 터를 옮겨 규모는 소박해지고, 객석 수는 줄었으나 갤러리 등 대안 공간에서 열리는 연극 축제는 작지만 아름답다. (13일까지.)

인형극판 오즈의 마법사 <꼬마 오즈> 를 시작으로 총 일곱 작품 중 네 작품이 막을 내린 가운데, 카메라 촬영과 프로젝터를 사용해 ‘극소 사물 세계와 거대 사물 세계의 교감’을 꿈꾸는 극단 즐거운사람들의 <세상에서 제일 작은 개구리 왕자> , 러시아 노브고로트 말리 극단의 종이인형극 <교활한 거인과 용감한 왕자> 와 극단 보물의 <목각인형 콘서트> 가 공연 중이다.

<교활한 거인과 용감한 왕자> 를 공연하는 러시아에서 온 네 명의 손님들은 어쩌면 찰칵찰칵 잘 길들여진 가위 네 개만 달랑 트렁크에 넣고 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평범한 종이를 구기고, 오리고, 이어 붙여서 스코틀랜드의 신화를 천연덕스럽게 창조해낸다. 투명한 셀로판지가 바람을 만나 휘날리면 주인공의 내면의 두려움과 삶의 문제를 비유하는 ‘얼음용’으로 간단히 변신한다.

극장 안 암전(暗轉)과 블랙라이트의 사용을 통해 문명의 휘황한 불빛 아래 밤을 빼앗긴 아이들에게 빛과 어둠의 신비를 들려주고 싶어 한다. 단순히 종이뭉치를 구겨 시작한 이 연극은 차츰 세공이 필요한 고도의 기법과 외양으로 발전해간다.

연극의 마지막은 광대들이 가위의 손잡이 부분을 돋보기 삼아 눈에 대고 객석을 호기심에 차 바라보는 장면으로 끝난다. 자신들의 창조 도구를 드러내고 각인시킴으로써 어린이 관객에게 기성품화 돼버린 장난감들과 놀기를 그치고 저마다의 자리에서 창의적으로 놀아보기를 권유하는 것 같다.

작은 규모, 객석과 무대의 근거리, 친근한 소재와 질감, 물체중심 오브제 연극의 흐름 등 이번 서울 아시테지 겨울축제는 90년대 이후 세계화시대 공연환경 속에서 어린이 연극의 한 흐름을 알려준다.

고정된 세트 개념이나 완성도 높은 대작 대신 트렁크 하나만으로 유랑하는 ‘작은 연극’ 지향의 흐름은 어린이 연극의 전부는 될 수 없을지라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는 있다.

캐릭터 뮤지컬 등 대형화와 상업적 물량공세로 치장한 여타의 연극들이 어린이들을 상품의 소비자로 수동적인 자리에 못 박을 때 작은 연극들은 상상력으로 객석의 수동성을 탄성과 환호성으로 역동하게끔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극작ㆍ평론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