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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우리가 달린다] ⑪ 사격 공기 권총 이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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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우리가 달린다] ⑪ 사격 공기 권총 이호림

입력
2008.01.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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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7월22일생. 서울올림픽 개막(9월17일)을 두 달 정도 앞두고 태어난 ‘올림픽둥이’였기 때문일까.

이호림(20)의 인생에는 올림픽이 열리는 해마다 중대사건이 벌어졌다. 시드니올림픽이 열린 2000년 TV를 통해 강초현(26ㆍ갤러리아)의 모습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총을 손에 잡았다.

4년 뒤 국내 정상급으로 성장한 이호림은 2004 아테네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어이없는 실수로 올림픽행 티켓을 놓쳤다.

그에게 꿈을 심어줬던 2000년, 그리고 처음으로 좌절을 안겨줬던 2004년. 이제 또 다시 4년이 지나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이 됐다.

올림픽이 열리는 해마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던 이호림. 그는 올해 자신에게 찾아올 전환점이 ‘올림픽 챔피언’임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2000년 – 총을 잡다. 꿈이 시작되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TV에서는 시드니올림픽 여자 공기소총 결승에 진출한 강초현의 경기 장면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이호림은 넋을 잃고 브라운관을 응시했다. “그 때 강초현 선배는 정말 멋있었어요. 나도 저렇게 되고싶다는 소망이 한 순간에 마음 속을 가득 채웠죠.”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받아왔다. 일주일에 한 시간씩 해야 하는 특별활동을 정하라는 내용이었다. 그 중에 사격부가 있었다. 이호림은 한 순간의 주저함도 없이 사격부 지원서를 써냈다.

취미 활동으로 사격을 시작한 이호림은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총을 잡은 첫 해 연맹회장기-봉황기-문화관광부 장관기 여자 공기권총 부문을 석권했다. ‘초롱이’ 강초현을 닮고 싶었던 초등학생 이호림과 1.5kg짜리 공기권총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2004년 – 좌절을 맛보다

“그 때 생각하니까 또 눈물이 나려고 해요.”

이호림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아테네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펼쳐진 최종 선발전. 고등부 경기가 열리기 전날 진행된 일반부 경기에서 선배들이 모두 부진한 성적을 냈다.

평소 기록했던 380점대 중반만 쏴도 아테네행 티켓을 손에 쥐는 상황. 그러나 사대에 선 이호림의 손은 떨렸다. 380점도 안되는 최악의 점수. 이호림은 대회가 열린 전북 임실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차 속에서 내내 울었다.

고등학교 1학년, 열 여섯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결과였다. 사격을 시작한 후 중학교 내내 전국대회를 휩쓸며 국내 최강 수준으로 올라선 그였다. 이호림은 아테네올림픽을 기억하지 못한다.

출전하지 못한 아쉬움에 TV로도 경기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아서 차마 볼 수가 없었어요. 대신 4년 후를 기약했죠. 그 때부터 이를 악물었어요.”

2008년 – 꿈을 펼치다

현재 한국 사격의 무게 중심은 공기 소총에서 권총으로 옮겨온 상황. 이호림은 남자 공기권총의 진종오(29ㆍKT)와 함께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영순위로 꼽히고 있다.

14일부터 경남 창원에서 국가대표팀 합숙 훈련에 돌입하는 이호림은 2월 중순까지 한달 여 동안 올림픽 선발전을 대비해 마지막 준비에 나선다.

오는 4월로 예정된 최종 선발전에서 현재 2배수로 압축된 동료들을 눌러야 하지만, 이호림은 무난히 2장의 베이징행 티켓을 따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380점대 후반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는 이호림은 지금의 페이스만 유지하면 올림픽 메달권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다.

“아쉬움은 4년 전 기억으로 충분해요. 이번엔 꼭 금메달을 따서 2008년을 제 생애 최고의 해로 만들거예요!”

허제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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