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예상된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KT가 프로야구단 창단을 백지화했다. KT는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긴급이사회를 열고 ‘성장정체 극복을 위해 경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프로야구단 창단 추진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시즌 프로야구는 17년 만에 다시 7개 구단으로 축소 운영될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됐다.
KT의 프로야구 참여 포기는 예상된 결과였다. 지난 연말 KT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협상을 벌이면서 3가지를 약속 받았다. 우선 서울연고권 보상금과 구단 인수 대금을 면제 받는 대신 야구 발전기금 명목으로만 가입금 60억원을 내기로 했다.
지난해 현대가 KBO로부터 차입한 131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헐값이었다. 기존 서울 구단인 LG와 두산은 각각 27억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한푼도 받지 못할 처지가 됐다. 당연히 이해 관계가 걸린 해당 구단들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KBO는 지난 8일 긴급 이사회에서 ‘KT의 프로야구 참여를 환영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KT에 보다 ‘성의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당초 60억원을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있던 KT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였다.
KT 관계자는 지난 10일 전화통화에서 “KBO와의 협상 과정에서 돈 외에도 다른 조건이 자꾸 바뀌니 신뢰가 떨어진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조건은 바로 KBO가 구장 사용과 선수 선발에 대해 KT에 약속한 신생구단의 메리트다.
KT는 홈 구장으로 사용하게 될 목동 구장 외에도 잠실 구장을 LG, 두산과 공동으로 쓰게 해달라고 요구했고, KBO는 이를 받아 들였다. 하일성 KBO 사무총장은 “KT가 서울로 입성할 경우 수원을 그냥 비워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LG와 두산, 삼성이 수원 구장에서 경기를 치르고, 서울 구단이 동시에 원정을 떠날 때 KT가 잠실 구장에서 1년에 18경기 정도를 할 수 있게 얘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KBO는 또 KT에 2010년 완공되는 서울 고척동 하프돔과 경우에 따라 안산 돔구장의 사용권까지 우선 보장했다. 선수 선발은 올해 신인 2차 지명에서 1순위를 주는 선에서 합의를 이뤘다.
기존 구단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특혜였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해당 구단들과 전혀 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KBO의 한 관계자는 “사실 8일 이사회에서 구장 사용과 선수 선발도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KT의 프로야구단 창단 승인 문제가 급한 상황에서 다른 구단들의 반대가 심할 것으로 예상돼 미처 얘기를 못했다”고 털어 놓았다.
결국 이번 사태는 구단의 재산권이 걸린 민감한 문제를 정치적으로만 해결하려고 했던 신상우 총재의 과욕과 KBO의 어설픈 행정이 빚은 해프닝이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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