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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의의 미디어비평] '100분 토론-대운하'와 객관 보도의 황금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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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의의 미디어비평] '100분 토론-대운하'와 객관 보도의 황금률

입력
2008.01.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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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MBC 100분 토론은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논의의 장을 제공했다. 패널들의 찬반의견만큼이나 기대되었던 것은 인터넷이나 전화로 전달된 시청자들의 생생한 의견이었다. 그러나 100분토론은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의견이 시청자들 사이에서 50 대 50으로 균형적으로 나뉜 것처럼 찬성, 중립, 반대의 의견을 하나씩만 소개하였다.

MBC 100분 토론 홈페이지에 올라온 2,052개의 의견 중 90%가량이 대운하에 대한 반대의견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찬성과 반대의견을 동수로 소개하는 100분토론을 보면서, 객관보도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객관보도는 불편부당한 공정한 보도태도를 가리킨다. 대운하에 대해서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양적으로 공정하게 전달하는 것이 올바른 언론의 보도태도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언론은 객관적으로 보도해야 한다”는 언명의 윤리적 근거가 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황금률을 생각해본다면, 객관보도의 참의미가 양적인 불편부당함에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황금률(Golden Mean)은 양극단사이의 타당한 위치를 가리킨다. 양극단사이의 산술적 평균으로서의 가운데가 아닌, 양극단에 의해서 발생한 구조를 타당한 구조로서 존재케 하는 지점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서, 잠실 메인 스타디움에서 100m 달리기를 한다고 가정하자. 6명의 주자가 일직선의 선상에 나란히 줄지어 서서 출발신호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이들 중 제일 안쪽의 라인을 배당받은 이가 맨 뒤에 서고 제일 바깥쪽을 받은 이는 맨 앞줄에 선다. 직선이 아닌 사선상에 주자들이 도열한다. 이 장면만 놓고 본다면, 이는 불공정 경쟁이다. 모두가 동일한 조건 속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바깥쪽 라인에 선 주자가 유리한 조건 속에서 경쟁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직선이 아닌 사선으로 출발선이 되어 있기에 모든 주자가 동일한 조건 속에서 공정한 경쟁을 함을 알 수 있다. 일직선이 아닌 사선의 출발선이 메인 스타디움이 만들어낸 타원형의 왜곡된 구조를 바로 잡아서 정당한 경쟁을 가능케 한 것이다. 즉 황금의 평균이라는 황금률은 단순한 산술적 평균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찬반의 의견을 골고루 반영한다는 객관보도는 양적인 균형만이 아니라 질적인 구조적 균형도 함께 고려하는 보도태도 여야 한다. 특정 사안에 대한 국민들의 찬성과 반대의견을 기계적으로 하나씩만 소개하는 것이 객관적인 태도는 아니다. 찬성과 반대 목소리의 크기를 귀 기울여 듣고 그 크기에 따라서 보도해야 하며, 때로는 사안의 구조적 특성을 파악하고 왜곡된 구조를 보정하는 보도태도를 지녀야 한다.

객관보도는 자본주의 언론의 신화이다. 보다 많은 대중에게 호소하기 위한 상업주의적 목적을 위해서 창조되었으나, 이러한 윤리적 근거로 인해서 더욱 뿌리를 깊게 내릴 수 있었던 신화가 객관적 보도 태도이다.

우리는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알고 싶어서 신문을 펼치고 정책 입안자들의 생각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 TV를 켠다. 이 모든 과정에 기계적 산술의 결과가 아닌 타당성의 객관보도를 기대한다.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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