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우 1주일 뒤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KT가 11일 야구단 창단 백지화를 선언함에 따라 현대 야구단의 운명이 또다시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됐다. 현실적으로 현대 야구단의 운명은 세 가지 중 하나로 결정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첫째, 야구단 공중분해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가장 큰 시나리오다. 이미 지난달 26일부터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규약에 따라 응급조치가 발동된 현대 구단은 오는 20일까지 새로운 인수주체를 물색하거나 자구책을 내놓지 않으면 해체수순을 밟아야 한다.
그럴 경우 선수들은 모두 자유계약선수로 공시돼 나머지 7개 구단에 팔려가고 구단은 분해된다. 7개 구단으로 축소되면 야구판 전체의 위축은 불가피하다. 당장 연간 100억원대의 방송 중계권료와 50억원의 타이틀 스폰서 비용도 크게 줄어들게 된다.
둘째, 범 현대가(家)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회생하는 방안이다. 2006년까지 현대 야구단은 현대ㆍKIA 자동차그룹, 현대해상화재보험, 현대그룹에서 160억원을 지원 받았다. 연간 운영비가 약 180억원인 만큼 세 기업이 절대적인 힘이 됐다.
‘현대’라는 이름 하에 세 기업을 중심으로 범 현대가가 뭉친다면 극적인 회생 가능성도 있다. 일단 한숨 돌린 뒤 여유를 갖고 새로운 인수주체를 찾아보는 것이다. 몸부터 추슬러야 제 값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결단이 필수 조건이다.
마지막으로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KBO의 관리구단으로 편입되는 것이다. 관리구단이란 KBO가 야구단 운영의 주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럴 경우 KBO는 선수들을 팔아서 구단 운영비를 마련하거나 적극적인 광고 마케팅으로 수입을 창출한다. 메이저리그 몬트리올(현 워싱턴)이 이 같은 방식으로 연명한 전례가 있다. 대신 선수들을 팔아야 하는 만큼 자칫 야구단은 ‘만신창이’가 될 수도 있다. KBO가 이미 야구발전기금 131억원을 소진한 상황에서 나머지 7개 구단의 도움을 기대해 볼 수 있다.
KBO 관계자는 “KT의 창단 백지화 선언으로 한치 앞도 장담할 수 없는 어려운 처지에 몰린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7개 구단으로 축소된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라며 “현재 뾰족한 방안은 없지만 다음 주초 이사회를 열어 대책을 마련해보겠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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