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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 장밋빛 청사진에 먹구름

입력
2008.01.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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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뒤 7일내 프로그램 보려면 돈 내야IPTV 가입자 "계약 해지" 반발

미디어 시장에서 지상파 방송사는 역시 ‘갑 같은 을’이다. 생산자는 제품을 만들어 구매자에게 사달라고 머리를 조아리는 게 일반적이다. 이를 구매자는 ‘갑’으로 생산자는 ‘을’로 표현하며 갑을관계는 곧 지위나 처지의 상하관계를 말한다. ‘갑 같은 을’이라면 제품을 꼭 필요하다는 구매자에게 ‘팔아도 그만 안 팔아도 그만’ 식으로 배짱을 부릴 수 있는 ‘을’을 의미한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가 IPTV 업계에 대한 요구를 보면 ‘갑 같은 을’이란 표현이 들어맞는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최근 IPTV 업체에 콘텐츠 공급금액을 지난해보다 최대 3배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또 그간 12시간 이후였던 홀드 백(자사 프로그램의 타방송사 재방송 가능 기간)도 7일 이후로 늘릴 것을 주문했다.

월요일에 방송하는 드라마의 경우 그 다음 주 월요일부터 IPTV에서 방송하라는 것. 대신 7일 이내에 드라마를 보려는 가입자는 500원의 요금을 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지상파 방송 관계자는 “홀드 백을 7일로 한 것은 재방송에 대한 광고 효과 때문”이라며 “주로 주말에 재방송을 하는데 사람들이 IPTV를 통해 아무 때나 시청할 수 있으면 어느 광고주가 재방송에 광고를 내겠나”라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요구에 IPTV업계는 당혹해 하고 있다. 이미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 위성DMB TU의 사례를 통해 지상파 방송 콘텐츠 없이 방송시장에 연착륙할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한 IPTV로서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지상파 콘텐츠를 유료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나TV는 MBC 콘텐츠를 15일부터, KBS, SBS의 콘텐츠를 다음달 1일 각각 유료로 전환한다. 메가TV도 MBC 방송을 유료로 전환했으며 나머지 방송도 조만간 유료로 전환할 예정이다.

하지만 무료로 보던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을 유료로 봐야 하는 기존 가입자들의 반발이 거세 IPTV 시장을 조기 정착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가입자들의 대거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수 조원의 경제 효과 창출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은 공염불이 될 처지다.

IPTV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준비 없이 지상파 콘텐츠만 확보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이 사태를 악화시켰다. 지상파에 대한 의존이 역으로 지상파의 위력을 키워줬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지상파 방송사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익명을 요구한 방송사 관계자는 “2012년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면 현재 무료로 콘텐츠를 재전송하는 케이블TV에 대해서도 콘텐츠 공급대금을 받을 계획”이라며 “세계 어디에도 유료 방송을 위해 지상파가 희생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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