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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험난한 공교육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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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험난한 공교육 정상화

입력
2008.01.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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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보다 복지와 분배에 역점을 둔 참여정부 5년간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한 것은 아이러니다. 비정규직, 영세 자영업자, 도시 빈민은 더 늘어났고 서민 살림살이는 팍팍해졌다. 교육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참여정부 5년간 국민들이 지출한 사교육비는 105조원으로, 국민의 정부(51조원) 문민 정부(35조) 시절보다 각각 2배, 3배 늘어났다고 한다. 5분위(소득 상위 20%) 계층과 1분위(소득 하위 20%) 계층의 사교육비 지출 격차도 문민 정부 시절 3.76배에서 참여정부 들어 4.84배로 더 벌어졌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교육 수준과 미래 경제력을 결정하는 현상이 일반화 하는 추세다. 사교육의 힘으로 들어간 대학이 미래 보증수표처럼 통용되고, 결국 더 나은 경제력을 담보하는 게 우리 사회의 구조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사교육비가 없어 공교육만으로 버텨 보려는 부모와 아이들에게 한국적 교육ㆍ입시 시스템은 고통과 좌절만 안겨줄 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새 정권은 교육 양극화 해소, 공교육 정상화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일부 상위 계층, 상위권 학생만 겨냥한 교육정책, 학원만 배불리는 입시정책 짜기에 주력한다는 인상이 짙다.

수능등급제만 해도 그렇다. 일부 상위권 학생들에 국한된 문제를 이유로 수능등급제를 실패한 정책으로 모는 것은 온당치 않다.

1, 2점차로 등급이 갈려 손해 보는 상위권 학생들이 있지만 2, 3개 문제를 틀려도 같은 등급을 유지해 대학 선택의 폭이 넓어진 학생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 긍정적 측면을 무시한 채 수능등급제 보완을 명분 삼아 과거 점수제 방식으로 돌아간다면 공교육은 무너질 수 밖에 없다.

누구를 위한 대학 자율화인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인수위가 입시 관리를 대학교육협의회에 맡기기로 하자 대교협 회장은 즉각 본고사 부활을 시사했다. 이어 주요 사립대들은 신입생의 절반 이상을 뽑는 수시모집 논술은 그대로 둔 채 수능등급제 폐지를 전제로 한 정시모집 논술 폐지 카드를 꺼냈다.

이는 대학들이 입시 제도에서의 절대적 비중에도 불구, 공교육 정상화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끊임없이 고교ㆍ학생 줄세우기와 우수 학생 유치에만 열을 올리며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4일 기자회견에서 '대학이 입시를 직접 관리하되 수능ㆍ내신 위주로 하고, 논술은 쉽게 내거나 아예 폐지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대학이 내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경우에도 수능 변별력 확보 문제가 발생하고, 결국 수능은 어렵게 출제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이 당선인 말대로 수능 과목을 3, 4개로 줄이면 고교 공교육은 그나마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여기에 특수목적고 지정 권한이 시ㆍ도 교육청으로 넘어가 외고, 과학고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면 사교육 바람은 중학교를 넘어 초등학교까지로 번질 위험이 높다. 벌써 '학원 기업'들의 주가가 폭등하고, 학원들이 발빠르게 사업 규모를 키우는 것은 심상치 않을 사교육 바람을 예고하는 것이다.

교육 분야에 경쟁과 효율의 시장 논리를 주입시키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교육의 탄탄한 뼈대 위에 붙이는 살과 같은 존재여야 한다. 지금은 공교육의 틀을 단단히 할 때이지, 사교육 시장에 군불을 지필 때가 아니다.

황상진 사회부장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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