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바람을 실제 승리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석패한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8일 밤 연설에서 “어떤 장애물도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며 변화의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 애썼다. 오바마는“우리는 할 수 있다”는 말을 되풀이해 큰 호응을 받았으나 그의 얼굴에는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각각 1승을 주고받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오바마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대결을 하겠지만 양자의 입장이 대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바마는 거의 이길 것 같았던 뉴햄프셔를 내준 것이 향후 경선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날개를 달려다 다시 땅 위를 힘겹게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의원이 22개 주에서 코커스 및 예비선거가 실시되는 2월 5일 슈퍼 화요일까지 충분한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19일 네바다 코커스에서 승리해야 한다. 네바다는 지금까지 여론조사에서 힐러리가 우세를 보였고 뉴햄프셔의 여세를 몰아 힐러리가 더 유리해질 수 있는 곳이다. 다만 오바마가 거대 노조의 지원을 얻고 있어 승산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네바다를 통과한 뒤 26일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의 예비선거는 흑인인 오바마에게는 비교적 수월할 수 있다. 흑인들이 전체 유권자의 50%를 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지역 역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후원했던 흑인 지지자들이 많아 흑인표가 오바마에게 쏠릴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네바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최소한 1승1패를 해야 오바마는 슈퍼 화요일에서 힐러리와 진짜 승부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역으로 힐러리는 뉴햄프셔에서 저력을 보이기는 했지만 네바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모두 패배할 경우엔 슈퍼 화요일을 상당한 부담 속에서 맞아야 한다.
슈퍼 화요일을 그 자체로만 놓고 보면 전국적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는 힐러리가 유리하다. 오바마가 이 난관을 극복하고 변화의 바람을 다시 탈 경우엔 슈퍼 화요일에서의 승리 가능성도 남아 있고 슈퍼 화요일 이후에도 승부를 계속해 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 슈퍼 화요일이란
다음달 5일 민주, 공화 모두 캘리포니아 뉴욕 조지아 테네시 등 22개주에서 일제히 경선이 치러진다. 8월말, 9월초 양당 전당대회에서 후보 지명이 있기까지 많아야 하루 4개주에서 경선이 치러지는데 반해 이날은 무려 20개주 이상에서 2,075명의 대의원의 주인이 가려진다.
어느 한 후보가 이날 압도적으로 대의원을 휩쓸 경우 사실상 그 당의 대선 후보로 결정된다는 점에서 '슈퍼 화요일'이라고 부른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대권 주자들이 사력을 건 승부를 펼친 것은 슈퍼 화요일에 앞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뉴햄프셔주)=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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