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귀동냥 한 토막. "수출업체는 환율 변동에 취약하지. 환율 리스크를 헷지(회피)하기 위해 FX(외환)옵션 매입 상품을 개발중이야." 전호영 하나은행 상품개발부 과장은 귀가 번쩍 뜨였다. '환율이 리스크라면 금리도 리스크 아닌가.'
곧바로 상품개발에 들어갔다. 4개월의 산고 끝에 은행권 최초로 금리옵션(3년 0.5%, 5년 1%)을 적용한 혼합형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인 '금리상한 모기지론'이 출시됐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예컨대 3년(5년) 계약이라면 금리가 얼마 오르든 최대 0.5(1)%포인트만 오르게끔 상한을 두었지만 당시만해도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고객은 거의 없었다. 그러니 변동금리보다 옵션비용이 붙어 대출금리 자체가 높은 이 상품을 가입할 이유가 없었다.
고민만 늘어가던 어느날 동료직원으로부터 다른 얘기를 들었다. "최초 대출 시점의 금리로 상한선을 고정하면 대출을 받겠는데…"
맞는 얘기였다. 전 과장은 이를 상품화할 수 있는지 FX옵션 트레이더에게 물었다.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금리 리스크를 헷지할 수 있는 방법은 찾았으나 이를 상품화하기위해선 여러 부서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 옵션을 사고파는 파생거래는 100% 전산, 대출 회계처리 등은 수기작업이 동반돼야 하는데, 둘을 접목할 시스템이 당시엔 없었다.
전 과장은 관련된 모든 부서의 실무진들에게 협조를 구했다. 회의만 20여 차례. 마침내 새로운 상품이 안전하게 가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성됐다.
금리 하락기엔 대출금리도 내려가지만, 시중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최초 대출금리 이상은 오르지 못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국내 은행권 최초의 금리상한 주택담보대출 '이자안전지대론'은 아이디어가 나온 지 1년 만인 지난해 5월 세상에 나왔다.
타이밍도 좋았다. 지난해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2%포인트 가까이 오르면서 대출시점 금리로 고정이 되는 '이자안전지대론'은 반년 만에 1조원이 넘는 실적을 올렸다. 상품 설명이 어려워 출시 초기 하루 수백통의 전화로 불만을 터뜨리던 판매 직원들도 이제 보완할 부분을 제안할 정도다.
전 과장은 "예금조달에 의한 전통적 대출이 아니라 파생금융 기법을 도입해 성공했다"며 "주택담보대출에 활용한 방식을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에도 적용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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