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프로스포츠는 상품(경기력) 가치가 높아야 한다. 프로농구 역시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선수를 영입하게 됐다. 높이와 힘에서 취약한 국내선수만으로는 양질의 상품을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키가 크고 체력이 뛰어나며 파워가 좋은 외국인선수는 센터와 파워포워드 자리를 독점했다. 골밑은 외국인선수의 세력권이며, 득점과 리바운드 모두 그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게 됐다. 반대로 국내선수는 기량과 신장이 아주 특출한 서장훈(전주 KCC)과 김주성(원주 동부) 정도 외에는 가드와 슈터만이 ‘대접’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농구계 일각에서는 국내 장신선수들이 외국인선수들에게 설 자리를 빼앗기고, 이로 인해 장신 꿈나무들이 의욕을 잃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 왔다.
한국프로농구(KBL)도 10년이 넘으면서, 선수층도 많이 넓어지고 두터워졌다. 외국인선수 선발제도도 자유계약에서 올시즌부터 드래프트로 전환, 수준을 좀 더 낮추고 출전시간도 제한하면서 국내 장신선수들의 입지가 대폭 확대되어가고 있다.
지난주 대구 오리온스의 11연패를 끊은 숨은 주역은 바로 양팀 통틀어 득점 3위(19득점)를 기록한 정통 센터인 식스맨 주태수였다고 단언할 수 있다. 뛰어난 단신 선수들은 타고난다고 하고, 장신선수는 만들어진다는 농구 격언이 있다. 이로인해 올시즌 장신선수들이 출전기회를 많이 얻다보니 기량이 쑥쑥 늘어가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안양 KT&G의 파워포워드인 윤영필 이현호 김일두 트리오는 현재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 일등 공신이며, 울산 모비스의 함지훈은 강력한 신인상 후보다. 그 외에도 송창무(창원 LG) 한정원(인천 전자랜드) 김봉수(원주 동부) 김재환(서울 SK) 박상오(부산 KTF) 등 신인들만 해도 각 팀의 소금 같은 구실을 하며 나날이 발전하는 데뷔 첫해를 보내고 있다.
장신선수들의 발전은 곧 국가경쟁력의 발전, 나아가 국민적인 관심과 성원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인선 전 SKㆍ기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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