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엔진과 전기배터리를 동력원으로 함께 사용)와 수소연료전지에 이어 폐타이어, 플라스틱 등 도시 쓰레기까지 자동차 연료로 이용하는 시대가 다가온다.
옥수수나 설탕 등 곡물에서 추출하는 에탄올을 고무나 플라스틱 등 도시 폐기물로도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상용화 작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석유를 대체하라'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자동차 업계의 대체연료 개발 경쟁도 그만큼 뜨거워지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13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개막된 '2008 북미 국제오토쇼'에서 생활쓰레기로 추출할 수 있는 셀룰로오스 에탄올 생산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릭 왜고너 GM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코스카타사와 제휴해 진행하는 이번 사업이 무엇보다 석유 의존도를 감소시키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흥분된다"고 말했다.
셀룰로오스 에탄올은 곡물 추출 에탄올과는 달리, 무기성 세균을 활용해 목재나 과일껍질에서부터 고무, 플라스틱 등 생활쓰레기까지 거의 모든 재료에서 추출할 수 있는데다 기존 에탄올보다 에너지 효율성도 1.3배 가량 높아 차세대 연료로 주목 받아왔다. 휘발유 제조과정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84%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하지만 제조 비용이 많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실용성에 의문이 제기됐으나, 코스카타사가 제조 비용을 1갤런 당 1달러 미만으로 대폭 낮추는 공정을 확보했다는 것이 GM의 설명이다.
코스카타사는 올해 하반기 시험 공장을 만들어 2011년까지 연간 5,000만~1억 갤런의 에탄올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GM은 이날 바이오 에탄올 연료(E85)를 사용하는 '사브 9-4X' 콘셉트카와 '허머 HX' 콘셉트카의 신차 발표회도 가져, 에탄올 사용 확대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GM과 세계 1위를 다투며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이끌고 있는 도요타도 이날 리튬이온 전지를 사용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2010년까지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GM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 계획을 발표하자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재빨리 맞대응 카드를 꺼낸 것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는 휘발유 주행으로 충전을 하는 하이브리드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정용 전기로 충전이 가능해 휘발유 사용을 더욱 줄일 수 있다.
이와 함께 포드가 연비를 대폭 개선한 '에코 부스트'(Eco Boost)'라는 새로운 엔진기술에 주력할 계획을 밝혔고, 크라이슬러도 수소연료전지 차량을 선보이는 등 북미 오토쇼는 그야말로 친환경 대체연료 경연장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이 지난달 말 재생 가능한 연료 사용량을 2020년 360억 갤런까지 늘리도록 한 에너지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가속화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에탄올 등 대체연료의 상용화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GM의 밥루츠 부회장은 "정부의 규제 강화 등으로 연비 개선과 석유사용 절감이 자동차 업계의 핵심 과제로 등장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대체연료 사용 전망이 무한정 밝은 것만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17만여 개 주유소 중 에탄올 연료를 투입할 수 있는 곳이 1,400여 개에 불과할 정도로 인프라가 빈약한 실정이다.
정유업계의 반발도 만만찮다. 밥 루츠 부회장은 "정유업계가 에탄올의 유해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는 등 에탄올 보급을 방해하려는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며 "하지만 석유 의존을 줄이기 위해선 에탄올 사용 확대가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GM대우 마이클 그리말디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내수 14만대, 수출 186만대(CKD 포함) 등 총 200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라며 "올해와 내년 3조원 가량을 신차 개발 및 생산설비 보강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디트로이트(미국)=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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