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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눈시린 하늘… 눈부신 눈꽃… 덕유산 '청백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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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눈시린 하늘… 눈부신 눈꽃… 덕유산 '청백전'

입력
2008.01.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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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은 푸름을 만나 가장 화려해지는 걸까. 온통 흰눈으로 뒤덮인 설국은 구름 한 점 없는 짙푸른 하늘 아래서 제 빛을 찬란히 토해낸다.

산정을 가득 덮은 백설의 반짝거림은 수천, 수만 개의 다이아몬드를 뿌려놓은 듯 거침없이 빛을 반사했다. 그 순결한 청과 백의 조화에 눈은 아리도록 시려왔고 가슴은 첫사랑을 만난 양 쿵쾅거렸다. 덕유산 향적봉대피소 박봉진(50) 구조대장의 말마따나 일년에 하루나 이틀 있을까 말까 한, 정말 축복 받은 날의 기적 같은 풍경이었다.

사흘 낮밤을 내린 눈은 나뭇가지에 수북이 쌓여 맘껏 설화를 피웠고, 푸른 하늘이 주는 거침없는 시야엔 지리산 가야산 마이산 등 주변의 산세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오두산 비슬산 등 경남 거창, 함양의 산자락에는 연무가 아스라이 피어나 설경 그 이상의 감동을 던져주고 있다. 덕유산 눈꽃이 주는 황홀경이다.

남한 땅에 무주의 덕유산(1,614m)보다 높은 산은 한라산과 지리산, 설악산 뿐이다. 하지만 그 높은 덕유산 정상에 오르기는 매우 쉽다. 정상인 향적봉 턱밑인 설천봉(1,520m)까지 스키장의 곤돌라가 놓여졌기 때문이다.

덕유산 눈꽃 구경 가는 길, 이 문명의 이기를 이용했다. 곤돌라를 타고 산의 7부 능선에 접어드니 나무들이 곱게 눈을 이고 눈의 숲을 이뤘다. 혹시나 오전의 강렬한 햇살에 벌써 눈이 다 녹았으면 어떡하나 했던 걱정이 말끔히 사라졌다.

곤돌라에서 내려서자 주변은 눈부신 설국. 설천봉 정상엔 스키어들 대신 카메라를 든 사진작가들이 설경을 담으려 분주히 눈밭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다들 “내 생애 이런 눈꽃을 또 볼 수 있을까” 감격에 겨운 표정이다.

나무계단으로 이어진 눈꽃 터널을 통해 향적봉으로 향했다. 층층나무 개벚나무 물푸레나무 등 푯말이 각각의 나무 이름을 말해주지만, 이들 나무는 모두 한가지 꽃들만 피워낼 뿐이다. 그 어느 꽃보다 화려한 눈꽃이다. 눈덮인 가지는 순록의 뿔 모양이다. 새파란 하늘을 향해 뾰족뾰족 하얀 뿔들이 솟았다.

20여분 만에 도착한 향적봉. 한길이 넘는 3개의 돌탑이 정상임을 알린다. 서쪽은 탁 트여 광활한 조망을, 동쪽은 가야산 등의 산릉이 몇겹으로 중첩돼 묵직한 수묵화를 보는 듯한 절경을 선물한다. 설경도 설경이지만 그 산자락이 품은 연무에 등산객의 시선은 마냥 빨려 들어간다.

향적봉에서 중봉으로 가는 길목에 향적봉대피소가 있다. 지난밤 그곳엔 사진작가들 수십명이 머물렀을 것이다. 이른 아침 덕유산의 일출, 설산의 능선 너머로 떠오르는 장엄한 태양 한 컷을 잡기 위해 모인 그들이다.

대피소를 8년간 지키온 박봉진 대장은 덕유산의 일출 포인트로 향적봉 정상에서 백련사 방향으로 50m 내려오다 좌측에 있는 주목 고사목 부근을 소개했다. 또 그 옆 조릿대밭도 붉은 태양빛이 번질 때 썩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피소 인근 통신탑 아래는 일출과 일몰 모두 ‘한 방’을 건질 수 있는 명당이다. 중봉에서 남덕유산 방향으로 휘어져 나가는 덕유산 능선의 곡선이 기가 막히기 때문이다.

덕유산 눈꽃이 아름다운 이유에 대해 박 대장은 덕유산의 위치가 한반도 동과 서의 딱 중간이고 그 능선이 남북으로 길게 누워, 동서를 넘는 구름과 습기가 산자락에 부딪혀 비와 눈, 안개를 내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덕유산 산정엔 11월 중순부터 눈이 쌓여 3월말까지 지속된다. 진달래, 바람꽃 등이 핀 뒤인 5월에도 눈이 내릴 때가 있다. 꽃대까지 쌓인 눈 위로 새치름하게 꽃송이가 고개를 내민 모습이 덕유산 눈풍경의 절정이라고 산꾼은 이야기한다.

덕유산=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반디랜드엔 추억 반짝반짝

무주에는 지난해 5월 반디랜드가 문을 열었다. 나제통문 인근에 자리잡은 반디랜드는 곤충박물관, 청소년야영장, 천문대 등을 갖추고 있다.

그저 그런 지방의 전시관이려니 얕보았다가는 큰코다친다. 전시실과 온실, 돔스크린 등 최신시설과 알찬 내용을 갖추고 있다. 무주의 자랑인 반딧불이 뿐 아니라 2,000여 종 1만3,500여 마리에 달하는 전세계의 희귀 곤충표본과 150여 종의 열대식물을 만날 수 있다.

두꺼운 커튼이 쳐진 반딧불 체험 공간에서는 곤충박물관에서 부화시킨 반딧불이의 아른거리는 불빛을 직접 볼 수 있다. 여름이 아닌 한겨울에도 반딧불이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입장료 어른 3,000원, 중고생 2,000원, 어린이 1,000원. (063)324-1155

무주의 음식은 덕유산과 금강의 청정 자연에서 나온다. 무주를 대표하는 음식은 산채음식과 어죽, 쏘가리 등 민물매운탕이다. 금강이 크게 휘돌아 나가는 내도리에 강나루(063-324-28980) 등 어죽과 민물매운탕 전문집들이 여럿 있다. 쏘가리매운탕은 쏘가리를 통째로 넣고 푸짐히 끓여 내고, 어죽은 비린내 없는 얼큰하고 진한 국물이 일품이다. 어죽 1인분에 5,000원, 쏘가리탕 4만~5만원.

전병순 무주군 문화관광과장은 “자고로 첫 수저를 뜨고 ‘어 죽이네’ 하는 감탄사가 나와야 어죽이라고 할 수 있다”며 청정 금강의 상류에서 잡은 물고기로 끓여내는 무주의 어죽 맛을 자랑했다.

■ 여행수첩

▲무주리조트에서 출발하는 곤돌라는 오전9시부터 오후4시까지만 운행한다. 15~20분 걸린다. 왕복 1만1,000원. 편도 7,000원. 설천봉 곤돌라 탑승장에서 향적봉까지는 20~30분 걸린다.

▲향적봉 대피소(063-322-1614)에서 숙박하려면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선착순 정원 40명. 1박에 1명당 7,000원. 모포는 1장에 1,000원에 대여해준다. 컵라면 커피 햇반 등을 판매한다. 물은 대피소에서 150m 떨어진 곳에서 길어와야 한다.

▲향적봉에서 도보로 하산할 경우 바로 백련사로 내려가는 코스는 2~3시간, 중봉을 거쳐 오수자굴을 지나 백련사로 내려가는 코스는 3~4시간 예상하면 된다. 눈이 많으면 소요시간이 두 배로 걸릴 수 있다.

▲눈길에서의 작은 실수는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일반 여행과 달리 꼭 필요한 장비를 갖춰야 한다. 그 중 우선은 손전등과 아이젠. 겨울은 특히 일몰이 일러 갑자기 날이 어두워질 수 있다.

▲아이젠은 4발짜리 이상이면 무난하다. 눈길에 운동화는 금물이다. 발목까지 감싸는 등산화에 고어텍스 등 방수 기능을 갖춘 제품을 신어야 한다. 장갑과 양말은 여벌을 준비하는 게 좋다. 등산에서 제일 피해야 하는 옷이 면 제품. 쉽게 땀이 배고 오랫동안 마르지 않아 저체온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무주=글ㆍ사진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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