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평화 회담 중재에 나서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점령이 종식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의식해 그동안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다는 점에서 한층 진전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10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의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와 팔레스타인의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난 뒤 발표한 성명을 통해 “1967년 시작된 점령이 종식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통해 가자 지구, 동예루살렘 및 요르단강 서안 등을 점령했다. 점령 종식의 범위와 의미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부시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분쟁의 핵심 쟁점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영토 문제와 관련한 합의의 경우 현실이 반영돼야 한다”고 밝혀 이스라엘이 그간 정착촌을 만들어 점령해온 일부 영토에 대해서는 팔레스타인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암시했다.
결국 부시 대통령은 3차 중동전쟁 직전의 국경을 복원한다는 원칙을 인정하면서도 이스라엘이 오랜 기간 동안 점령해 온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팔레스타인이 양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중재로 평화 회담을 시작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양국이 2개의 국가로 공존하는 방안에 의견이 접근한 상태이며 1967년 중동전쟁으로 이스라엘이 점령한 지역의 처리 문제 등을 놓고 협상을 진행해왔다.
부시 대통령의 성명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국 정상의 협의를 거쳐 나온 것이어서 양국이 조만간 후속 조치를 마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2003년 합의된 평화 정착을 위한 양국간 로드맵의 이행 상황을 감독할 미 정부 책임자로 윌리엄 프레이저 공군 중장을 지명했다. 이 로드맵은 이스라엘의 정착촌 활동 중단, 팔레스타인의 테러 세력 척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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