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최고 지휘부인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삼성이 ‘X파일 사건’과 대선자금 수수 의혹 등으로 수차례 검찰 수사를 받긴 했지만 그룹 총수의 집무실이 압수수색의 대상이 되기는 삼성 70년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14일 이 회장의 집무실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승지원’과 삼성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 실장인 이학수 부회장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자택 등 8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전략기획실 산하 전략지원팀 팀장 김인주 사장의 자택과 남양주 별장, 최광해 부사장, 전용배 상무, 최모 부장, 김모 차장의 주거지 등이 포함됐다.
수사팀은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진행한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이 회장을 포함한 삼성 최고위 임직원들의 개인용 컴퓨터 파일 및 업무용 메모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수사팀은 압수수색이 끝난 뒤 일반 행정봉투 5개 분량의 압수물 밖에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정석 특검보는 “기업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듯이 박스째 들고 나오는 것과는 좀 다르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이 출범 4일만에 이 회장을 포함, 삼성 비자금 조성 및 관리 의혹과 관련된 핵심 라인으로 지목돼 온 삼성 전략기획실 산하 전략지원팀 임직원들의 자택을 압수수색 함에 따라 향후 특검 수사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 부회장과 김 사장 등은 삼성 전체의 비자금 조성 및 관리, 정관계 등을 대상으로 한 전방위 로비, 경영권 변칙 승계 의혹 등을 총괄 지휘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조만간 삼성 전략기획실과 삼성물산, 삼성SDI 등 비자금 조성 관련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3번째 특검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은 김용철(50) 변호사는 삼성의 미술품 구입 창구로 알려진 서미갤러리의 홍송원 대표가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 등 삼성가(家)의 미술품 구매과정에 핵심 역할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메모를 특검팀에 제출했다.
이 메모는 홍 대표가 2004년 2월 미술품 구입과 관련해 외국환 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김 변호사가 홍송원씨의 변호사로부터 직접 들은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홍씨가 에드 루샤의 작품 <마운틴> 등 미술품 두 점을 30억원에 구입했다는 내용 등이 적혀 있다. 마운틴>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