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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사립대 "수능 변별력 확보되면 논술 폐지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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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사립대 "수능 변별력 확보되면 논술 폐지 검토"

입력
2008.01.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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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 일부 사립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제 개선을 전제로 정시모집 논술고사 폐지 방침을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이들 대학들은 "수능이 표준점수나 백분위 등의 공개로 변별력을 확보한다면 정시에서 논술을 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등급제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수능 성적 우수자를 독식하겠다는 의도"라는 비판이 거세다.

정시 논술 폐지에 가장 의욕적인 대학은 서강대다. 등급제로 치르는 수능은 변별력이 떨어져 논술고사를 통해 보완하는 것이며, 수능을 다시 점수제로 환원할 경우 논술 시행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서강대측 논리다.

김영수 입학처장은 "수능 시험이 끝나면 수험생들은 논술 때문에 엄청난 부담을 느끼고 학부모들은 교육비를 대느라 허리가 휠 정도"라며 "이런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논술 폐지를 추진하는 것이고, 이같은 입학전형위원회 결정은 총장에게도 이미 보고된 상태"라고 말했다. 정시 논술 폐지는 기정 사실화했다는 의미다. 연세대 이화여대 등도 서강대와 비슷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학은 일단 "인수위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좀 더 지켜보자"면서도 "(정시논술 폐지는)고려해 볼 만 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황규호 이화여대 입학처장은 "새 정부 출범으로 대입자율화 바람이 불며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사교육 원인을 하나라도 제거할 방법을 찾다 보니 '정시 논술 폐지'도 거론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재호 성균관대 입학처장도 "아직 논술 페지에 대해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그러나 논술 폐지에 대해 긍정적인 고려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반면 서울대는 수험생의 혼란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수능 제도의 변경 여부와 관계없이 2009학년도에는 정시 논술고사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사립대학들의 움직임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만중 전국교직원노조 정책실장은 "전형 요소 하나라도 줄여준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겠지만, 수능 성적 우수자 선점을 위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의도라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비슷한 수준의 대학이라면 대입 전형요소로 내신 수능 논술 3가지를 모두 반영하는 곳과 논술을 보지 않는 곳 중 과연 어느 대학을 선택하겠냐는 게 그의 지적이다.

대학이 고교 교육의 주요 부분으로 자리잡은 논술을 멋대로 내팽겨치려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이남렬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 교육연구사는 "논술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대학이 이제 와서 정시 논술을 퇴출하겠다는 것은 수험생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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