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신임 대표의 ‘새로운 진보’를 향한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실용보수 노선에 맞서는 정책 차별화로 대선 참패를 극복하고 4월 총선에서 의미 있는 의석 수를 확보하는 게 그의 1차 목표다. 그러나 친노(親盧) 그룹을 비롯한 비토 세력과의 갈등, 당직 인선과 쇄신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아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손 대표가 내세우는 ‘새로운 진보’ 노선은 중도적 가치와 실용적 정신, 제3의 길이 핵심이다. 그는 취임 사흘째인 13일 충남 태안과 천안을 찾았다. 기름 유출 사고로 자살한 어민 빈소에 조문하고, 이천 화재사고를 진압하다 격무에 쓰러진 소방대장 병실을 위로 방문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국민들을 민생 현장으로 직접 찾아간다는 취지였다.
그가 11일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금 인하를 2월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며 치고 나온 것도 마찬가지 의미다.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되는 방안은 일단 과거의 진보 노선에서 조금 어긋나더라도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내에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민주 평화 개혁이라는 소중한 가치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한 초선 의원)는 반발이다. “한나라당이 선점한 실용주의 노선을 따라해서 무슨 소득이 있겠느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우상호 대변인은 “손 대표의 뜻은 정체성을 바꿔 보수로 가자는 것이 아니라 진보의 내용을 생활 변화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채우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도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해찬 전 총리의 탈당 이후 친노 신당설이 끊이지 않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자유신당 창당에 흔들리는 충청권 일부 의원은 언제라도 뛰쳐나갈 기세다. 손 대표 측은 “대표 취임 이후 당이 안정되기 시작하면서 탈당설이 가라앉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인적 쇄신이 본격화하면 이탈 세력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고위원 인선도 넘어야 할 고비다. 그는 13일 저녁 당 중진ㆍ원로그룹과 저녁 자리를 갖고 의견을 구했고, 이번 주 중 인선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정균환 김상희 현 최고위원 유임, 유인태 임종석 의원 임명설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경선에서 2등을 한 재야파 우원식 의원은 초선이라는 이유로 뒤로 밀리는 분위기다. 여기에 호남 지역 중진을 중심으로 정균환 최고위원 선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등 삐걱대는 양상도 감지된다.
또 당 공천심사위원장 물망에 오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찬반론이 엇갈려 진통이 예상된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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