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한국은행의 위상과 역할, 나아가 통화신용정책의 목표에 대해 색다른 해석과 주문을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가 엊그제 한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한은도 정부조직의 하나인 만큼 정부정책에 적극 협조해 달라" "한은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물가뿐만 아니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말한 것이 발단이다.
통화신용정책을 재정ㆍ금융정책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는 상식이나, 한은의 잘못된 유동성 관리로 부동산시장 불안이 확대됐다는 경험에 비춰 그런 당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수위도 이런 지적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낳을까 봐 서둘러 "부동산 가격과 통화정책을 곧바로 연결시키지 말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에서 재정경제원 차관을 지낸 강 간사가 평소 "경제부처와 한은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며 중앙은행의 독립을 다르게 이해해온 터라 우려되는 대목도 적지 않다.
가장 납득할 수 없는 것은 물가 안정 등 통화신용정책의 기능을 상대적으로 하위에 두고 "한은이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 점에서 이성태 한은 총재가 "한은이 정부조직의 하나라는 말은 국가기관이라는 뜻으로 이해한다"며 "성장률을 중ㆍ장기적으로 높이려면 경제가 안정돼야 하고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사명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적절하다.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금리 수단을 동원하는 발상도 선후가 뒤바뀐 접근이다. 지금까지 한은은 "물가 안정이 통화신용정책의 목표이되 경기나 자산가격 거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입장을 지켜왔고 그 말로 충분하다.
그런데도 여러 가지 토를 다는 것은 사정에 따라 경기부양에 통화정책을 동원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이라는 의심을 살 뿐이다. 지금은 오히려 한은이 제도적 독립에 부합되는 역할과 기능을 다해왔느냐는 것을 따질 때다. 올해 우리 경제의 최대 복병인 물가를 관리하지 못하면 성장률도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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