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을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새 정부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 공방이 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는 9일 한국은행 업무 보고 후 “한국은행도 정부 조직 중 하나인 만큼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대통령이 매주 주재하는 경제회의에 참석하는 등 행정부의 정책을 최대한 반영한다”고 밝혔다.
강 간사는 ‘한은의 통화정책에 정부가 관여를 하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한국은행과의 대립으로 오해하지 말라”고 전제한 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방향과 전혀 다른 통화정책이 나와서는 곤란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사실상 정부가 필요에 따라 통화정책에 관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돼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강 간사는 과거 재무부 이재국장 및 재정경제원 차관 재직 시절 한국은행법 개정 등을 둘러싸고 한은과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특히 이날 업무 보고에서 한국은행은 향후 통화정책 과정에서 소비자물가는 물론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향후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강 간사는 “부동산 투기는 세계 어디서나 과잉 유동성에서 비롯되며 이는 통화정책으로 해소해야 한다”며 “세금은 이익을 환수하는 장치일 뿐 투기를 막는 수단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 규제는 2차적인 유동성 관리 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수위는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 논란을 의식한 듯 공식 브리핑에서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도 통화량의 과격한 조절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며 “통화정책은 여러 가지 부동산 가격 안정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중경 경제1분과 전문위원도 “인수위는 민감한 시장 현안을 해결하는 곳이 아니다”며 “중앙은행의 역할은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동일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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