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의 새 대표에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선출됐다. 이로써 지난 대선 패배와 함께 앞으로 정치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가던 손 전 지사가 일단 재생의 발판을 만들었다. 이는 지난 대선이 결국 노무현정부 5년, 나아가 민주화정부 10년에 대한 심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고 또 예상이 된 일이었다. 손 전 지사는 지난 10년간 이들 민주진영의 반대쪽이었던 한나라당에 몸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 ‘손학규 야당’의 차별화 한계
다시 말해, 지난 당내 경선과정에서 손 전 지사가 주장한 논리, 즉 자신만이 참여정부와 민주화정권들의 실정으로부터 자유로운 후보라는 주장이 뒤늦게 당내에서 먹혀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손학규 당대표라는 카드는 대통합민주신당에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독이 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손학규 카드가 대통합민주신당으로부터 노무현 정부의 그림자를 씻어내는 데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범여권의 전통적인 지지자들로부터 지지를 얻어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왜 한나라당이 아니라 대통합민주신당에 표를 주어야 하는지 설득할 수 있는 논리가 너무도 군색해졌다. 한 마디로, 오랫동안 한나라당에 몸을 담았고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참가했던 손 전 지사가 당대표가 됨으로써 한국정치는 ‘한나라당 대 한나라당’의 대결구도로 변해 버린 것이다.
중요한 것은 손학규 당 대표에게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손 전 지사의 정책적 입장이 대통합민주신당 내에서 가장 우경적 입장이어서 사실상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박근혜 의원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유연하고 실용적인 입장으로 한나라당을 약간 왼쪽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손학규 체제는 대통합민주신당을 오른쪽으로 끌고 감으로써 일종의 수렴현상을 일으킬 것이다. 따라서 전통적인 개혁적 지지자들에게 왜 대통합민주신당을 지지해야 하는지 설득하기 어렵게 됐다.
손 전지사의 당대표 선출과 함께 이해찬 전 총리가 전격적으로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한 것은 이 같은 사태를 상징적으로 예언해 주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손학규 체제를 통해 중도적 유권자들의 표를 얻으려는 전략은 산토끼 잡으려다 산토끼도 못 잡고 집토끼마저 잃어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은 위험한 카드이다.
특히 개혁적 자유주의자들과 호남이라는 전통적인 지지자들에게 문국현의 창조한국당이라는 개혁적 정당, 그리고 호남에 기반한 민주당이라는 대안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러하다.
사실 손학규체제의 출범으로 가장 득을 보게 된 것은 창조한국당과 민주당이다. 뿐만 아니라 친노세력들이 추가탈당해 이해찬 전 총리를 중심으로 신당을 만들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손학규 대표는 한나라당에 대해 정책적 차별성으로 승부하기가 어렵게 됐다는 점에서 오는 총선에서 인물론으로 승부하려 들 수밖에 없다. 즉 정당 수준에서 정책적 차별성을 부각시키기보다는 물갈이를 통해 참신하고 능력있는 후보들을 공천함으로써 인물론으로 승부하려고 들 것이다. 다시 말해, 정당이 아니라 인물로 승부하려 할 것이다. 이는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다.
■ 인물 중심에 정당정치 후퇴
이번 대선, 나아가 이명박 후보의 당선 등을 통해 최근 한국정치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정당정치가 후퇴하고 인물 중심의 정치가 부활하는 탈정당 정치화이다. 그런데 손학규 체제의 출범으로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의 차별성이 더욱 없어짐으로써 그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할 것이다. 뭐라고 하든 현대정치의 핵심은 정당정치이다. 그러나 인물 중심의 정치는 가뜩이나 취약한 한국의 정당정치를 더욱 후퇴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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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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