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0일 ‘이명박 특검법’에 대해 ‘참고인 동행명령제’ 조항을 제외하고는 위헌성이 없다고 결정했다. 특검법의 효력을 인정한 헌재의 결정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당선인 관련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가 예정대로 진행되게 됐다.
하지만 참고인 동행명령제의 효력이 상실돼 이명박 당선인의 BBK 연루 의혹 등을 규명하는 데 필수적인 핵심 참고인들을 강제수사할 방법이 사라져 특검 수사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이명박 특검법의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 선고 공판에서 ‘특정 개인을 겨냥한 처분적 성격이 있다’는 논란이 제기된 특검법 2조에 대해 “특정한 개인과 사건만을 규율 대상으로 하는 처분적 법률이라고 해서 곧바로 헌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수사 대상을 규정한 2조는 특검법의 핵심 조항으로, 헌재는 이 조항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함으로써 특검법의 존립 근거를 인정한 것이다. 김기범 헌재 공보관은 “특검법 전반에 관해 언급한 2조가 위헌이 아니라는 사실이 이번 결정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대법원장이 특검후보를 추천토록 한 3조가 권력 분립에 위배되며 ▦재판기간을 제한한 10조가 정당하게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청구인들의 신청도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그러나 영장 없이 참고인의 동행명령을 허용한 특검법 6조 6항 및 18조 벌칙 조항에 대해 헌재는 “헌법상 영장주의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 결정했다. 이에 따라 특검법의 동행명령제 조항은 이날부터 효력을 상실했다. 특검법이 유효하다는 헌재 결정에 따라 특검법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은 자동 기각됐다.
헌재 결정으로 정호영(60) 특별검사는 최장 40일간의 수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 정 특검은 이날 “특검보 인선을 가급적 빨리 마무리한 뒤 15일부터 수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헌재 결정에 대해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매우 아쉽지만 헌재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논평했고 이낙연 대통합민주신당 대변인은 “헌재 판단을 수용하지만 특검 수사가 어려워져서 여러 의혹들이 해소되지 못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특검 수사가 차질없이 진행돼 국민의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헌재는 이명박 특검법이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회를 통과했다며 한나라당이 임채정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도 가처분 사건을 이 달 중으로 우선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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