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솔로몬의 지혜를 도출해낼 수 있을까.
프로야구가 출범 이후 26년 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초 열릴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1일 KT가 긴급 이사회를 열고 프로야구단 창단 포기를 공식화한 후 야구계는 패닉 상태에 빠져 들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현대의 공중분해를 막을 묘안을 찾기가 어려운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새로운 인수자를 찾을 가능성은
하일성 KBO 사무총장은 KT의 야구단 창단이 백지화 된 후에도 “지난해 현대 매각 의사를 타진했던 몇몇 기업들이 대통령 선거 이후 만나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실현만 된다면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다.
그러나 KT 사례에서 보듯 과연 인수 희망 기업과 나머지 구단들의 이해를 절충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KBO는 KT와의 협상 과정에서 ▲가입금 60억원을 제외한 서울 입성 보상금과 구단 인수 대금 면제 ▲잠실 구장의 공동 사용 및 서울 고척동 하프돔, 안산 돔 구장 우선 사용권 ▲신인 2차 지명 우선 선발권을 약속했다. 앞으로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난다면 비슷한 수준의 특혜를 보장해 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LG와 두산 등 서울 구단은 KT의 야구단 창단이 무산된 후에도 이에 대한 기존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두산 김진 사장은 13일 통화에서 “우리가 서울 입성금을 안받겠다는 일부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이다. 사글세를 안내고 공짜로 쓰겠다는 데 받아줄 사람이 어디 있는가”라며 강경 방침을 고수했다.
LG 김영수 사장도 “현대가 지난해 KBO로부터 차입한 131억원은 무조건 해결해야 한다. 7개 구단으로 가더라도 순리대로 풀어야 한다”며 “다른 인수 후보가 나타나도 우리 방침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KBO와 7개 구단의 공동 관리는
일부에서는 과거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몬트리올 엑스포스를 관리한 후 매각에 성공한 사례를 벤치마킹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KBO가 현대를 위탁 운영하면서 나머지 7개 구단이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30개 구단 대부분이 수익을 내는 메이저리그와 만년 적자에 허덕이는 한국 프로야구의 실정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거의 없다.
두산 김진 사장은 “구단들이 법인세도 못 내고 적자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또 나머지 팀들이 너도나도 관리구단하겠다고 나서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삼성 김응용 사장도 “7개 구단이 지원을 해서 현대를 꾸려나가는 것은 전혀 현실적인 방안이 아니다”고 반대했다.
KBO의 야구 발전기금 150억원도 현대 부채 때문에 거의 바닥이 난 상태다.
결국 8개 구단 체제 유지를 위해서는 현대가 인수자를 찾을 때까지 과거 쌍방울처럼 주전 선수들을 팔아 운영 자금을 마련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물론 이 경우 구단의 가치하락은 감수해야 한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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