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위기까지 치달았던 민주노동당이 평등파(PD) 계열 심상정 의원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 일단 갈등을 봉합했다.
민노당은 12일 서울 관악구민회관에서 중앙위를 열어 심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안을 255표 가운데 찬성 178표(69.8%)로 통과시켰다.
비대위는 차기 지도부 선출 전까지 최고위원회 권한을 행사하면서 17대 대선 결과를 평가하고 당 혁신 방안과 총선 전략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비례대표 후보 전략 공천 권한도 갖게 돼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전망이다.
심 신임 위원장은 수락 연설에서 “대선에서 국민들이 보낸 최후 통첩은 지금의 민노당은 안 된다는 인식”이라며 “혁신과 제2의 창당으로 민노당을 이명박 정권에 맞서는 강력한 진보야당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가 당 지지율에도 못 미치는 3% 득표에 그치자 민노당은 대선 패배 책임을 놓고 내분이 계속됐다. 평등파는 “당권을 장악한 자주파(NL)의 친북주의와 종파주의, 엉성한 대선 준비 때문에 패배했다”고 비판했고, 자주파는 “평등파가 갈등을 조장한다”고 비난했다. 양측은 특히 비대위 구성과 비례대표 전략공천 등을 놓고 갈등을 계속해 왔다.
이날 심 위원장 체제가 출범함에 따라 내분은 일단 평등파의 승리로 정리됐다. 그러나 심 위원장이 “패권주의, 종북(從北)주의 등 많은 쟁점을 성역과 편견 없이 평가하겠다”고 밝혀 당 노선을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비대위는 2월 임시 당대회에 당 혁신안과 전략공천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당내 다수를 점하며 비례대표 자리를 노리는 자주파가 비대위 방안에 반발할 경우 민노당은 또 한 번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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