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가 유난히 변덕을 부리고 있다. 때아니게 봄 날씨가 계속된다 싶더니 갑자기 매서운 기습 한파가 몰아닥친다. 이렇듯 냉ㆍ온탕을 오가다 보니 주위에 "콜록 콜록" 기침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감기인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하거나 약을 잘못 써서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 명동 하나이비인후과 박상욱 원장의 도움말로 감기로 오인하기 쉬운 대표적 질환들을 알아보고 예방ㆍ치료법을 알아본다.
■ 의심증상 1
맑은 콧물에 재채기 연발 - 알레르기 비염
감기로 오해하기 쉬운 대표적 질환은 알레르기 비염이다. 재채기와 코막힘, 기침 등 증상이 감기와 유사하다. 2차적으로 염증이 생기면 몸살감기처럼 열이나며, 근육통이 오기도 해 혼동하기 쉽다. 특히 갑자기 터지는 재채기와 맑은 콧물은 알레르기 비염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알레르기 비염이 감기와 다른 점은 눈이 가렵고 붓고 충혈되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맑은 콧물이 나다가 시간이 지나면 누렇게 변하는 것도 감기와 구별되는 점이다. 또 감기는 10일 정도면 호전되지만 알레르기 비염은 약을 먹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지속된다.
알레르기 비염이란 예민한 코 점막이 콧속으로 들어오는 이물질에 과민하게 반응해 일어나는 증상이다. 단번에 완치하기는 불가능하다. 우선 원인이 되는 물질(항원)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며 원인을 알아냈으면 이를 피해야 한다.
알레르기 비염을 가라앉히기 위해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항히스타민제, 점막수축제, 스테로이드제 등의 약물 요법이다. 항히스타민제는 가려움증, 재채기, 과다한 콧물 등의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최근에는 콧속에 국소적으로 뿌리는 스프레이 형태로도 사용된다.
알레르기 비염으로 인한 가장 큰 고통은 무엇보다도 코막힘인데, 이는 저온의 고주파를 이용한 수술기구인 코블레이터를 이용한 수술로 치료하는 게 적합하다.
■ 의심증상 2
열이 높고 호흡 곤란 - 폐렴
기침, 가래에 으슬으슬 몸이 떨리는데다 열까지 나면 몸살감기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38.3도 이상의 높은 열과 가슴 통증, 호흡 곤란 증세까지 나타나면 폐렴을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호흡이 빨라지는지를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정상인은 보통 1분에 12~20회 숨쉬는데, 호흡 수가 1분에 25회 이상이고 숨쉴 때마다 코를 벌름거리며 손톱, 입술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이 나타나거나 의식을 잃으면 즉시 병원으로 가야 한다.
폐렴은 폐에 염증이 생기는 병으로, 호흡기 질환 중에서도 비교적 심한 질환이다. 예방하려면 잠을 충분히 자고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하며 과로, 과음, 흡연 등을 피해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
건강한 사람은 폐렴에 걸려도 치료만 잘 받으면 괜찮다. 그러나 65세 이상인 사람과 만성 심질환, 만성 폐질환, 만성 간질환, 알코올 중독, 당뇨, 만성 신부전, 혈액암, 만성 혈액투석 등의 경우에는 폐렴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폐렴 치료에는 항생제가 쓰이며, 가슴 통증은 주로 늑막염의 원인이 되므로 이를 줄이기 위해 진통제(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 의심증상 3
끈끈하고 누렇게 계속 흐르는 콧물 - 축농증
일반적인 콧물 감기는 1주일 안에 낫는다. 감기 증상이 5일 정도 지난 뒤에도 악화되거나 10일 이상 지속되면서 누런 콧물이 나오고, 코 가래가 목 뒤로 넘어가 기침이 나온다면 축농증일 가능성이 높다. 이침에 일어난 뒤 눈곱이 많이 끼거나 얼굴에 심한 압박감, 두통 등이 함께 나타나면 거의 확실하다.
축농증은 코 주위의 4쌍의 '부비동'이라는 공간에 공기 대신 고름이 차는 증상이다.
가장 흔한 축농증의 원인은 바로 감기다. 따라서 축농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우선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하고, 감기에 걸렸다면 축농증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조기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내 습도는 40~60%로 유지해주는 것이 좋다. 먼지나 공해물질이 많은 곳은 피하고 밀폐된 실내에서는 공기를 자주 환기시키도록 한다. 코털을 너무 많이 자르거나 코를 후비는 습관은 좋지 않다.
축농증 초기는 대부분 약물 치료로 잘 낫는다. 그래도 잘 치료되지 않으면 간단한 내시경 수술을 통해 완치할 수 있다. 내시경 수술은 콧속에 간단한 국소 마취를 한 뒤 코 내시경을 넣어 콧속 구석구석을 보면서 고름이 다시 차지 않도록 막힌 부위를 넓혀주고, 병이 있는 부위만 제거한다. 수술 시간은 30~40분 걸린다.
■ 의심증상 4
밤에 더 심해지는 기침 - 천식
3~4주 이상 기침이 계속되면 감기가 아니라 천식, 만성 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감기로 인한 기침은 열이나 콧물 등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으며 보통 1주 정도 지나면 호전되지만, 다른 원인에 의한 기침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수개월 이상 지속될 수 있다.
천식은 기관지가 좁아져 숨쉴 때마다 "쌕쌕" 소리가 나고 목에 가래가 붙어있는 느낌이 나고 숨이 가쁘지만 간혹 기침만 나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천식 치료 중에 아스피린 같은 진통제를 먹으면 급성 천식 발작이나 두드러기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 약 복용 시에는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천식은 기관지 만성 염증과 기도 과민이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다. 원인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전적인 영향과 집먼지 진드기, 애완동물의 털, 꽃가루 등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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