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아이의 돌 반지를 사기 위해 11일 인터넷을 둘러보던 홍모(31)씨는 1돈(3.75g)짜리 순금 반지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무런 장식도 달려 있지 않은 ‘기본형’돌반지의 가격은 12만원, 고추 장식 등이 달려 있는 것은 무려 13만5,000원~14만원이었다. 홍씨는 “작년 이맘때 친구 아이 돌 반지를 8만~9만원 정도에 샀던 것 같다”며 “이젠 차라리 현금이나 장난감 선물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11일 귀금속판매업중앙회가 고시한 국내 금 소매 평균가격은 3.75g당 12만7,000여원. 지난해 6월말(9만1,000여원보다) 3만원 이상 올랐다. 올해 들어서만도 1만원 가까이 상승했다. 이대로 가면 웬만한 장식 돌반지는 15만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것이 판매업자들의 얘기다.
금값의 폭등은 국제시세의 반영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일(현지시간) 거래된 2월 인도분 금 가격은 온스당 893.60달러. 전날에 비해 11.90달러나 상승했다.
뉴욕시장에서 금값은 지난 8일 2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3일째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국내 금시세와 밀접한 런던시장가격도 온스당 884달러를 기록했다. 사실상 900달러 시대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금값의 고공행진은 글로벌 금융시장불안의 결과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여파로 미국경제의 경착률 우려가 높아지고 ‘영원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달러가치가 하락하면서, 또 다른 안전자산인 금쪽으로 글로벌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국제유가상승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짐에 따라, 가치가 변하지 않는 금에 대한 선호도는 계속 치솟고 있다. 금의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연계된 파생금융상품도 급증하고 있다.
금 공급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가격상승을 부추기는 요인. 금 생산량은 지난 6년간 7% 감소했으며, 채굴비용증가와 주요 광산의 잦은 파업으로 공급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지금추세라면 2010년쯤 국제 금시세는 온스당 평균 1,05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 종로의 한 귀금속 판매업자는“금값이 이 상태로 계속 오른다면 백일이나 돌 반지 선물문화도 바뀔 수밖에 없다”며“문닫는 소매상이 속출할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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