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이 개최하는 ‘카르티에 보석전’이 상업성 논란에 휩싸였다. 세계적 보석 브랜드인 카르티에 재단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더 아트 오브 카르티에(The Art of Cartier)’전을 두고 “국립미술관이 명품 보석 업체를 홍보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
‘더 아트 오브 카르티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산하 덕수궁미술관이 4월22일부터 7월13일까지 약 3개월 동안 카르티에 재단이 보유한 보석 공예, 드로잉, 사진 등 300여점의 소장품을 선보이는 전시다. 일본 우에노 국립박물관, 러시아 크렘린궁, 싱가포르 국립미술관 등 세계 여러 곳에서 열렸던 순회전으로, 카르티에 재단 컬렉션을 통해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유럽 공예의 특성을 살펴보자는 취지다.
1,000캐럿의 다이아몬드가 사용된 인도 마하라자(왕)의 목걸이(1928년)부터 사랑 때문에 왕위를 버린 영국 윈저공이 심슨 부인에게 선물한 목걸이(1947년), 영국 마가렛 공주가 애용하던 브로치(1938년) 등 다양한 보석 공예품이 전시된다.
그러나 “백화점 갤러리에서나 볼 법한 전시를 왜 국립미술관에서 봐야 하는지 의아하다”는 비판적 반응들이 나오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이 당혹감에 빠졌다. 특히 이번 전시는 왕궁의 고급스런 이미지를 선호한 카르티에 측이 덕수궁미술관을 전시장소로 찍어놓고 오랫동안 구애한 끝에 성사된 터라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카르티에 상품을 홍보하는 전시가 아니라 재단의 컬렉션을 소개하는 공예예술품전”이라며 “보석작품이 있다 하더라도 현재 시판 상품은 철저히 배제했다”고 해명했다.
최은주 덕수궁미술관장은 “전시에는 보석 공예작품뿐 아니라 100여년 전의 스케치, 드로잉, 몰딩, 수정안, 사용자의 착용한 모습 등을 찍은 사진 기록 등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된다”며 “20세기 초 카르티에 보석류에 대한 공예사적 특징, 시대사적 의미 등에 대한 역사적 조명함으로써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는 유럽 근대공예의 원류를 알 수 있는 볼 만한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 결정에는 기업후원금도 없이 국가 예산에만 의존해야 하는 미술관의 열악한 재정상태도 한몫했다. 김윤수 관장은 “한해 전시 예산이 15억원으로 큰 전시 서너 번 하고 나면 끝”이라면서 “관장으로서 경영 혁신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할 임무도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김 관장은 “미국 구겐하임 박물관에서도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전시를 했는데 우리라고 못할 것 없다”며 미술관의 품위도 좋지만 재원 마련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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