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 한인 문학, 교포 문학, 디아스포라 문학 등의 이름으로 해외 한국계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영문학자인 김욱동(60) 서강대 명예교수가 ‘한국계 미국 작가’ 시리즈의 두 번째 책 <김은국 : 그의 삶과 문학> (서울대학교출판부 발행)을 최근 펴냈다. 김은국(76)씨는 60, 70년대 미국 평단과 독자 양측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이민 1세대 작가. 김은국>
김 교수의 이번 책은 2004년 ‘최초의 한국계 미국 작가’로 꼽히는 강용흘에 관한 연구서 이후 3년만에 나왔다. 2005년 강단을 떠나 미국에서 연구 저술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김 교수와 인터뷰를 가졌다.
-‘한국계 미국 문학’은 어떻게 정의되나.
“미국은 다인종, 다문화 사회다. 미국 문학은 앵글로색슨계를 비롯, 유태계, 아시아계, 흑인 문학 등으로 나뉘고, 한국계 미국 문학은 이중 아시아계에 속하는 미국 문학의 한 범주다. 한국계 미국 작가는 한인 혈통을 이어받고 미국에 살면서 영어로 작품을 써서 현지 출간하는 작가를 말한다. 미국에서 우리말로 창작하는 ‘재미 한국 작가’와 구별된다. 미국적 경험을 다루는 작가로 한정하자는 견해도 있지만 소재 제한은 안 두는 것이 요즘 경향이다.”
-1930년대 활동한 소설가 강용흘(1903~1972)을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한국계 미국 문학의 개괄적 역사를 설명해달라.
“강용흘은 엄밀히 말해 ‘최초’라기보단 미국 작가로 본격 활약한 사람이다. 이전에도 서재필이 1922년 영문 소설 <한수의 여행> 을 출간한 바 있다. 이들이 20, 30년대 소설 장르의 주춧돌을 놓았다면, 50, 60년대 김용익, 김은국은 그것을 본궤도에 올렸다. 40년대 이후엔 박노영의 <중국인의 기회> 를 시작으로 차의석, 박인덕, 고태원 등이 자서전 및 전기 문학의 전성기를 열었다. 80년대 캐시 송, 최연홍, 김명미 등이 꽃피운 시 장르는 최근 박이슬, 수지 김, 신선영 등으로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80년대 말과 90년대 들어서는 차학경, 이창래를 비롯, 노라 옥자 켈러, 최숙렬, 테레즈 박 등 일일이 꼽기 힘들 만큼 많은 소설가들이 등장했다. 특히 차학경의 <딕테> 는 소수민족 작가로선 드문 실험성으로 미국 문단과 학계에 파문을 던졌다. 아동문학계에선 린다 수 박이 동화 <사금파리 한 조각> 으로 미국 최고 권위의 뉴베리상을 받았고, 안 나, 존 손 등이 맹활약 중이다.” 사금파리> 딕테> 중국인의> 한수의>
-포크너를 비롯한 미국 남부문학을 전공했다. 주류 미국문학 전문가가 소수민족 문학에 눈돌린 이유가 궁금하다.
“세계문학이 드윔(DWEM: Dead White European Males), 즉 세상을 뜬 유럽 백인 남성 작가의 독무대였듯 미국 문학은 와스프(WASP: White Anglo-Saxon Protestants), 앵글로색슨계 백인 개신교 작가가 주류였다. 포크너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 다문화주의가 주목받으면서 타인종, 여성 작가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고, 자연스레 미국 문단의 미아와 다름없는 아시아계, 한국계 작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문화적 한계 때문에 미국 학자들이 좀체 관심을 가질 수 없는 분야인 만큼 개척자로서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자료 및 증언 수집이 연구의 핵심일 텐데 어려움은 없나. 강용흘, 김은국 연구 과정은 어땠나.
“문학 작품, 논문 등 문헌을 중심한 그간의 연구 생활이 행복했구나 싶을 정도다. 작가의 가족과 지인들을 부지런히 만나야 하고, 도서관에서 케케묵은 잡지와 신문을 뒤지고 마이크로필름을 읽어야 한다. 노하우가 필요 없는 오로지 발로 뛰는 수밖에 없는 연구다. 이미 별세한 강용흘 연구 땐 가까이 모시던 극작가 고(故) 이근삼 교수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이 교수는 강용흘을 여러 번 만난 적이 있고, 작가가 쓴 미발표 장막 희곡 <궁정의 살인> 의 원고를 소장하고 있었다. 덕분에 연구서에 희곡을 별도의 장으로 다룰 수 있었다. 김은국은 성격이 과묵하고 투병 중이라 좀체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마무리된 원고를 보냈을 때도 “시력이 나빠 읽을 수 없다”며 그냥 돌려보냈다. 김씨의 외사촌인 피아니스트 이방숙 교수 부부 등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궁정의>
-세 번째 책에선 70~90년대 활약한 ‘제3세대 작가군’을 다룰 예정이라 들었다.
“계획을 바꿔 자서전 및 전기 문학 작가를 연구하고 있다. 이민 문학이나 소수인종 문학에선 허구적 작품에 앞서 고단한 처지를 기록한 자서전, 전기 문학이 중요하다. 1928년 <한국에서의 나의 소년 시절> 을 냈던 유일한을 위시한 주요 작가를 다뤄 올해 말 출간할 예정이다. 내년엔 시인들을 중점 연구한다. 시 장르에선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만큼, 남성에 비해 이중으로 소외받고 있는 여성 작가들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한국계 미국 문학을 통시적으로 조감해 그 계보와 역사를 살피는 단행본을 계획하고 있다. 영어로도 집필할 것이다. 2009년 말 출간 예정이다.” 한국에서의>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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