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지원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집무실이자 그룹 영빈관으로 활용되는 단층 한옥 건물이다. 이 회장의 한남동 자택에서 도보로 7~8분 거리에 있다. 대지 300평, 건평 100평에 본관(한옥 단층)과 부속 건물(양옥 2층) 등 2개동으로 구성돼 있다.
고 이병철 회장이 살던 한옥집을 1987년 이건희 회장이 물려받아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개조한 뒤 선대 회장의 유지를 이어받는다는 뜻으로 승지원으로 명명했다. 이 때문에 삼성 경영 70년의 혼이 서린 ‘삼성의 성지(聖地)’로 여겨지는 곳이다.
이 회장은 서울 중구 태평로에 자리한 삼성 본관 28층 집무실에는 거의 출근하지 않고, 대신 주로 승지원에서 업무를 본다. 외국의 귀빈을 접대하고, 그룹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는 등 핵심적인 의사결정을 이 곳에서 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학수 전략기획실 부회장을 비롯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매주 또는 수시로 현황보고를 하러 가거나, 이 회장의 호출을 받고 이 곳으로 불려간다.
이 회장이 본관 집무실에 거의 출근하지 않고도 사장단과 계열사 경영 현황을 손바닥처럼 꿰차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독특한 보고 방식에 따른 것이다.
승지원은 재벌간 이해가 첨예하게 걸렸던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문민정부 시절)과
외환 위기 후 자동차 반도체 등의 빅딜(국민의 정부 시절)을 둘러싼 총수간 밀실협상이 이뤄진 곳으로도 유명하다.
승지원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의 미국 시애틀 자택처럼 세계의 경영 및 금융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신속 대응할 수 있는 최첨단 홈네트워크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삼성 고위관계자는 “몇 차례 가보았지만 집무실과 영빈관이 단층 한옥에 함께 있어 예상 외로 넓지도 않고, 내부 인테리어도 심플해 첨단 시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이 회장이 글로벌 기업의 총수로서 집무를 보는데 필요한 모든 시설이 다 갖춰져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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