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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현택환 교수/ 나노기술 국내기업 이전 기술료 43억원 최대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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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현택환 교수/ 나노기술 국내기업 이전 기술료 43억원 최대기록

입력
2008.01.1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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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적법한 절차를 거쳤어도 바스프나 듀폰 같은 외국 기업에 기술을 넘겼다면 사람들은 기술유출이라고 했을 겁니다.”

이 달 11일 대학 사상 최대 규모인 43억원에 한화석유화학과 기술이전 협약을 맺은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현택환(44) 교수는 “외국 기업에 이전을 했다면 기술료가 몇 배나 더 컸을 테지만 국내 기업에 기술이전을 하려고 애를 썼다”고 말했다.

이전된 기술은 2001년 <미국화학회지> , 2004년 <네이처 머트리얼> 에 발표해 세계적으로 주목 받았던 균일 나노입자 생산기술. 물질을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로 만든 나노입자는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조영제, 테라비트급 차세대 자기저장매체, 나노 전자소자 등 미래 고부가가치 제품의 원천재료다. 이를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크기를 고르게 하지 않으면 상업화가 어렵다. 현 교수의 기술은 바로 상업화의 길목에 서 있다.

학계에서는 가장 앞선 연구그룹으로 인정 받았지만 기술이전은 쉽지 않았다. 국내 유수의 기업들과 접촉했지만 난관이 많았다.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사인을 했다가 최고경영자(CEO)의 거부로 깨지기도 했다. ‘당장 제품화할 기술이 아니다’‘국내 기술은 못 믿겠다’면서 등을 돌렸다. 한화와의 협상만도 1년2개월이 걸렸다. “지난해 연구를 많이 못했을 만큼 힘들었다”고 현 교수는 털어놓았다.

현 교수는 협상을 하면서 국내 기업들에 대한 평가를 새롭게 했다. 기술 사대주의에 빠져 비싸도 외국 기술만 사오려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기업이 있다는 것이다. “2006년 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당장의 이익에 급급하지 말고 5년, 10년 뒤 한화가 먹고 살 것을 찾으라’고 주문했답니다. 나노와 바이오에 주목하라고요. 그래서 한화석유화학의 임원을 만나게 됐고, 협상이 시작됐죠. 이렇게 진취적인 기업인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합니다.”

‘사상 최대의 기술료’ 뒤에는 드러나지 않은 비결이 있다. 통상 대학 내 산학협력재단이 특허관리와 기술이전협약을 담당하지만 이번에는 1년2개월 동안 길고 긴 밀고 당기기를 도맡아 대행한 변리사가 따로 있었던 것. 현 교수는 “전문가를 믿고 일임한 게 결국 성공했다”고 말했다.

한화석유화학은 파일럿 설비를 거쳐 2010년까지 수백㎏ 규모의 양산설비를 갖출 계획이다. 일차적으로 MRI 조영제 재료를 제품화할 계획이며, 해외 기업에 다시 라이센스 이전을 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현 교수는 1997년 서울대 교수로 임용된 후 교신저자로 80여편의 논문을 발표해 4,451회 인용됐으며, 젊은과학자상 젊은화학자상 듀폰과학기술자상 등을 받았다. 이번에 이전된 기술은 과학기술부 창의적연구진흥사업과 서울대의 연구비 지원으로 개발됐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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