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치러질 대만 총선에서 ‘분단 문제’가 최대 쟁점이지만 현실에서는 분단의 피해자들이 소외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만 독립 등 중국 이슈가 난무하지만 분단의 피해자라 할 수 있는 대만 내 중국 이주민 문제는 누구도 거들떠 보고 있지 않고 있다.
대만 여당인 민진당의 의장을 겸하는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은 7일 “야당인 국민당이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언젠가 중국에 흡수될 것”이라며 대만 독립문제에 불을 지폈다. 이 발언에는 국민당이 대만을 팔아먹을 것이라는 뉘앙스가 담겨있다.
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이분법적 대결을 유도해온 천 총통의 고전적 수법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따라서 이틀 앞으로 다가온 대만 총선은 대만 독립을 내세우려는 민진당과 불필요한 양안 갈등을 지양하고 경제안정에 진력하자는 국민당간 이슈경쟁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대만 내 20여만명에 달하는 중국 이주민들은 대만 총선에서 부당하게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면서 소외되고 있다. 대만으로 시집온 여성들이 대부분인 중국출신 이주민들은 다른 외국 이주민들과 달리 선거권도 없이 ‘왕따’를 당하고 있다.
대만에서 일반 외국인의 경우 국제결혼 등을 통해 정착하면 4년 후 선거권 등 일체의 시민적 권리를 취득하지만 중국 출신 정착자들은 8년 이상 거주해야만 선거권을 얻을 수 있다. 중국 출신 정착자들은 8년간 은행 계좌도 열지 못하는 등 ‘이류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로 인해 25만명의 중국 출신 정착자중 4만명만이 이번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만의 시민단체들은 “대만과 중국간 정치적 불신, 이주자들의 충성심을 믿지 못하는 대만 현실, 그리고 중국을 두려워하는 대만의 정서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독립 추진이라는 방식으로 분단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대만 정부가 분단의 피해만을 가중시키는 셈이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는 어느 당이 승리할 것인가 보다 민진당이 어느 수준에서 패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진당은 총 의석 113석 중 50석을 목표로 선거운동을 벌이지만 내심 45석만 확보해도 다행이라는 분위기이다. 반면 국민당은 최대 75석을 장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총선이 3월22일 총통 선거를 앞두고 진행되는 예비선거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도 이번 총선의 변수이다. 국민당은 총선을 총통선거의 전초전으로 규정하면서 마잉주(馬英九) 총통후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민진당 내 기류는 복잡하다. 총선에서 완패할 경우 총통 선거에서 동정을 얻어 열세를 보이는 세창팅(謝長庭) 후보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는 기류와 총선 패배가 도미노처럼 총통선거 패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기류로 양분되어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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